서울·남양·매일 등 빅3 굳건…저출산 등에 시장 성장 전망도 밝지 않아
콜라 사업으로 재미를 봤던 LG생활건강이 음료 사업 강화 차원에서 유제품 기업 푸르밀 인수를 타진했으나 한발 뒤로 물러섰다. 유제품 시장은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소위 빅3가 건재하고,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 푸르밀 브랜드 가치에 대한 입장 차가 컸던 점 등이 물러선 이유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일자로 본 건(푸르밀 인수)에 대한 인수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초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은 음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가공 업체 인수를 고려한 바 있다. 현재 화장품이 주력이지만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도 함께 펼치고 있다.
음료 사업 부분 대표 제품은 탄산음료로 코카콜라, 쥬스 브랜드 미닛메이드다. 또한 스포츠 음료 파워에이드와 커피 조지아도 유통 중이다. 푸르밀을 인수하면 유제품 사업이 더해져 주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음료 포트폴리오가 완성되는 셈이다.
최근 화장품 사업이 주춤한 가운데 LG생건의 음료 사업은 성장세로 회사를 먹여 살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LG생건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8627억 원, 영업이익은 2166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7.9%, 35.35% 감소했다. 화장품 사업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3.6% 감소한 8530억 원, 영업이익은 57.4% 감소한 933억 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반면 음료 사업은 분위기가 다르다. 음료 사업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3.9% 성장한 4664억 원, 영업이익은 10.0% 증가한 637억 원을 달성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유통업계는 LG생건이 푸르밀을 인수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우유 시장이 3강 구도로 굳어진 가운데 인수 실익이 적다는 점을 우선 꼽는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흰우유 시장은 점유율 50.2%의 서울우유가 1위, 14.8%의 남양유업이 2위, 12.7%의 매일우유가 3위다. 나머지 22.3%를 푸르밀, 빙그레 등의 업체들이 나눠 갖는고 있다.
여기에 업계는 푸르밀의 잠재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푸르밀은 한 때 연 매출이 3000억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2018년 2301억 원, 2019년 2046억 원, 2020년 1878억 원에 이어 지난해 1799억 원으로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영업이익도 4년 연속 적자다. 반면 업계 1위 서울우유의 지난해 매출은 1조8434억 원으로 2020년 1조7549억 원보다 5.0% 성장했다.
또한 우유 시장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우유 및 유제품 생산 소비 상황’에 따르면 국내 흰 우유 소비 추이는 2019년 138만 톤에서 2020년 136만 톤으로 줄었다. 10년 간 지속적인 하락세다. 우리나라 사람의 75%가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졌고, 심각한 저출산 등 이유는 여러가지다. 이에 따라 최근 우유업계는 단백질 식품이나 실버푸드, 커피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 상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푸르밀의 공장 시설은 가치가 있지만,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너무 크고 브랜드로서의 가치는 매력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브랜드 가치에 대한 가격 견해 차에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한 때 남양유업이 M&A 도마에 올라 시장 가치가 예상보다 저렴한 3000억 원에 논의되면서, 푸르밀 역시 높은 값을 받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