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알코올중독자의 비책, 36계 줄행랑

입력 2022-09-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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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

오랜만에 알코올 자조모임에 나온 이모 씨. 그는 단주 실패를 알려왔다. 10개월간 잘 유지해오던 음주와의 싸움에서 무너진 그는 허탈함과 무력감을 토로했다. 꼭 참석해야만 하는 자리라, 권하는 술을 거절할 수 없어서 ‘딱 한잔’만 한다는 것이 그만 절제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사회생활을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람들과 단절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도 이런저런 연유로 참석해야 할 술자리가 많을 것인데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올해로 단주 10년 차인 최모 씨. 금주를 결심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의 단주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어떻게 10년을 이겨냈을까? 지금도 그는 단주를 위해 술자리를 피해 다닌다고 한다. 술을 피할 수 없는 자리는 한 시간 내로 용무를 마치고 자리를 뜬다. 그는 주변 사람들은 쉽게 ‘딱 한잔’만 마시라고 말하지만, 그 ‘딱 한잔’이 단주를 결심한 알코올중독자에게는 또다시 알코올중독의 길로 걸어가는 첫 잔이 되기 때문에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번의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단주 10년의 길을 걸어온 그는 알코올중독자에게 술자리를 피하는 것만큼 단주를 위한 최상의 방법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술자리는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36계 줄행랑을 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그가 술자리 36계 줄행랑을 고집하는 이유는 또다시 바닥까지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 60대 중반, 한창 가정을 돌보고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일해야 할 시기에 정신 못 차리고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다 가정은 파탄 나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건강까지 잃은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모든 걸 다 잃고 나서야 금주를 결심했다는 그는 지난 시절이 후회스러워 알코올중독자라는 이름표를 떼려고 몸부림치기도 했지만, 술 안 먹는 알코올중독자가 되자고 마음을 바꾼 이후로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한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단순히 육체적인 해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수위를 넘어선 사람들이 많다. 일단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면 음주 조절능력을 상실, 폭주 기관차처럼 멈추지 않는다. 알코올중독은 우리가 가장 경험하기 쉬운 정신질환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알코올중독인지도 모르고, 알더라도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도 쉽지 않고 재발의 위험성도 매우 높다. 전문가들도 단주를 하고 싶다면 그 첫걸음은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술자리를 피하는 것부터 지금 당장 시작해 보자.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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