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북동지회 사건, 곧 기소 1년인데 재판은 지지부진

입력 2022-09-08 05:00 수정 2022-09-0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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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법조팀 이수진 기자
▲사회경제부 법조팀 이수진 기자
지난해 세상에 드러난 이적단체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충북동지회)’가 21세기 간첩 수준이라면 웃음이 나온다. 조직원이 무단이탈하거나 서로를 ‘프락치’라며 의심하는 등 허술하고 한심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그런 수준으로 어떻게 공작금을 수수하고 국가기밀을 탐지하며 국내정세를 수집했는지.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어떤 자백을 내놓을지, 재판부는 어떤 형을 선고할지 등.

검찰은 지난해 9월 16일 조직원들을 구속기소했지만 1년이 되도록 재판은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재판부는 구속기간 만료, 보석 등 이유로 피고인들을 풀어줬다. 피고인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변호인단을 수시로 교체했고, 새롭게 선임된 변호인들은 기록을 열람하고 파악하느라 재판은 더뎠다.

7월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직접 보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재정증인 신문을 준비했으나 변호인들이 협조해주지 않았다. 검찰은 증거 사진이라도 확인하려 했지만 피고인들 일정 조율이 어려워 무산됐다.

검찰은 디지털포렌식 수사관 증인신문과 압수수색 증거를 조사하자고 했으나 변호인들은 ‘압수수색 적법성을 확인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검찰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검사는 “기소된 지 벌써 10개월이 다 돼 가는데 어떤 기록검토가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변호사는 “신속한 재판은 피고인의 권리인데 왜 검사가 강조하며 무리하게 재정증인 방식으로 증인신문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오후에는 공판이 진행되지도 못했다. 변호인은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2시간 동안 논쟁만 한 채 싱겁게 끝났다.

재판부는 계속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충북동지회 재판 상황은 다르다. 재판부가 한 차례 바뀐 적이 있다. 변호인단도 교체되며 기일이 여러 번 바뀌기도 했다. 그럴수록 재판은 속도를 내야만 했다. 시간이 경과하며 증거가 여기 저기 흩어지거나 인멸될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을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벗어났지만 무시해도 되는 사건도 아니다.

어쩌면 재판부의 지나친 배려 탓에 1심 재판만 수 년이 걸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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