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수출·환율·물가… 초대형 경제태풍 몰려온다

입력 2022-09-07 17:55 수정 2022-09-0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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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상품수지 적자·환율은 1400원 턱밑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 한 차례 위기에 직면했다.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상품수지는 10년 만에 적자를 냈다. 물가와 환율은 끝 모른 채 치솟는 중이다. 국내 경제와 관련한 모든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초대형 경제 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상품수지 10년 만에 적자

▲김영환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2년 7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김영환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2년 7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약 1조5091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77억1000만 달러)보다 무려 66억2000만 달러가 쪼그라들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58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94억6000만 달러에서 절반 가까이(235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건 재화의 수출입을 반영하는 상품수지가 2012년 4월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적자(-11억8000만 달러)를 냈다는 점이다. 수입(602억3000만 달러) 증가 폭(21.2%)이 수출(590억5000만 달러)의 약 세 배에 이른 데 따른 결과다.

원자재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5%나 증가했다. 원자재 중 석탄, 원유, 가스의 수입액(통관기준) 증가율은 각 110.0%, 99.3%, 58.9%에 이르렀다.

중국 경기가 꺾이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세(-2.7%)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당장 8월에는 상품수지를 비롯한 경상수지 적자 전환이 예고됐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8월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해 상품수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서비스·소득수지도 봐야겠지만 적자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가공ㆍ중계 무역도 타격

상품수지 적자와 경상 수지 적자 가능성은 ‘무역수지가 적자지만, 상품수지가 흑자라 괜찮다’던 정부 측 발언을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 모두 상품의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의미하기 때문에 비슷하지만, 집계 방식이 달라 결과적으로 액수에서 차이를 보인다.

무역수지는 통관 기준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로, 실제 상품이 세관 당국에 신고한 시점이 기준이 된다. 상품수지는 소유권 이전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무역수지에는 잡히지 않는 중계무역과 가공무역까지 포함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베트남 공장에서 만든 스마트폰을 유럽에 수출한다면 상품수지에는 수출로 잡히지만, 무역수지에는 잡히지 않는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이 생산비용이 더 싼 해외에 나가 생산해 수출하는 비중을 늘리다 보니 이 실적이 안 잡히는 무역수지는 적게, 상품수지는 크게 계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상품수지 적자는 기업들의 가공·중계무역도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의 기초 체력을 뒷받침하던 수출이 총체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이다.

원ㆍ달러 환율, 1380원도 뚫어… 내년 1500원 갈 수도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치솟는 환율 역시 우리 경제의 큰 암초다. 지난 한 주 사이 1350원과 1360원을 차례로 깼고, 이번 주 들어서도 5일 1370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날 1384.2원에 마감했다. 1400원을 넘기는 건 시간문제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준다. 원화 약세 요인인 경상수지 악화가 환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8월 경상수지가 적자일 경우, 쌍둥이 적자(경상수지·재정수지 동반 적자) 위험도 커진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도 이날 “그간 원·달러 환율은 주로 미 연준의 긴축기대 강화 및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다”며 “이러한 흐름은 주요 통화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며 최근 원화 약세에 우려를 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통화가치가 외환 시장에서 하락압력을 보이는 데도, 수출이 증가하지 않고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악화하고 있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고환율이 이어지면, 외환 당국은 매도시장 개입 강도를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최근 7개월간 266억9000만 달러가 감소했는데,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외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무역 의존도가 두 번째로 높은데, 우리 외환보유액 가운데 현금은 4%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환율이 1500~16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에서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했다.

인플레이션도 진행 중… 5~6% 오름세 상당기간 이어질 듯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지난달 살짝 꺾이긴 했지만, 고물가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고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이후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지속성이 근원품목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다며, 5~6%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위기”라며 “무엇보다 환율이 치솟고 있고, 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중국과의 교역이 적자로 돌아선 것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이 오르면 물가의 영향도 커서, 특히 서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이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강달러에 따른 외국인의 현·선물 순매도세에 2370대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도 하락세가 줄곧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3%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은 2019년 1월 28일(-0.14%)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국 아파트값도 5월 9일 하락세로 돌아선 후 17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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