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임대차 계약 시 철거·재건축 계획 고지…대법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 아냐”

입력 2022-09-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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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조현호 기자 hyunho@)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조현호 기자 hyunho@)

신규 임대차 계약 시 철거·재건축 계획을 알리는 것은 기존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 씨가 B 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권리금 1억여 원을 주고 들어와 카페를 운영했다. B 사는 건물 소유권을 취득한 뒤 A 씨에게 2~3년 뒤 재건축할 예정이라면서 임대차계약 갱신 시 재건축 관련 조항 삽입, 임차보증금 등 증액 예정임을 알렸다.

A 씨가 신규임차인을 주선하겠다고 알리자 B 사는 신규임차인에게도 건물 철거 및 재건축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겠다고 했다. A 씨는 B 사의 행위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상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1항 4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를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규정한다. 같은 조 3항은 이를 위반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면 임대인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했다.

1심은 “신규임대차 계약 체결 단계에서 임대인이 제의하는 신규임대차 내용이나, 신규임대차를 대하는 태도가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서 사실은 재건축을 빌미로 신규임대차로 거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정도라는 등의 부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신규 임차인에게 재건축 예정 사실을 고지하고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 시 반영하겠다’고 말한 것은 신규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주저하게 하는 것임은 물론, A 씨가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로서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며 A 씨 손을 들어 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협의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 및 그 시점을 고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방해행위로 보려면 △건물 내구연한 등에 따른 철거・재건축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계획・단계가 구체화되지 않았음에도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짧은 임대 가능기간만 확정적으로 제시・고수하는 경우 또는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고지한 내용과 모순되는 정황이 드러났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임대인의 고지 내용에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각 목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철거・재건축 계획을 고지하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이 기존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설시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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