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돌풍 ‘육사오’ 감독 “전 부치다가 ‘번달번줌’ 생각하고 웃으시길”

입력 2022-09-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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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태 감독 (씨나몬㈜홈초이스, 싸이더스)
▲박규태 감독 (씨나몬㈜홈초이스, 싸이더스)
추석 명절에 전을 부치다가도 ‘번달번줌’ 생각에 키득키득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무려 15년을 영화계에서 버틴 보람을 느낄 듯한 요즘이다. 군대 배경의 중저예산 코믹 영화 ‘육사오(6/45)’로 120만 관객을 돌파하며 기대 이상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박규태 감독과 8일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관객들 반응이 궁금해 집 근처 극장에 가보곤 하는데 ’번달번줌’에서 많이들 웃으시더라. 가족 단위는 물론이고 초등학생들도 좋아해줘 감개무량하다”며 즐거운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육사오’는 로또에 당첨된 한국 병사(고경표)가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날아간 로또 용지를 찾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가 북한 병사(이이경)와 대적하게 되는 상황을 다룬 코믹 영화다.

무려 57억 원에 달하는 당첨 금액을 포기할 수 없는 남(고경표, 음문석, 곽동연)과 북(이이경, 이순원, 김민호)의 병사들은 결국 대승적인 합동작전을 시작하고, 당첨금을 수령하는 동안 상호 신뢰를 지키기 위해 양쪽의 군인 한 명을 볼모 삼아 교환한다.

▲'육사오(6/45)' 스틸컷 (씨나몬㈜홈초이스, 싸이더스)
▲'육사오(6/45)' 스틸컷 (씨나몬㈜홈초이스, 싸이더스)

박 감독은 “남북 병사들의 이질적인 만남과 충돌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 상황이 유머러스한 것”이라고 ‘육사오’ 코미디의 핵심을 짚었다. “언어는 같아도 평상시에 쓰는 말이 너무 달라 서로 충돌할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극 중 북한 병사들이 ‘갑분교(갑자기 분위기 교장선생님)’,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번달번줌(번호 달라고 조르면 번호 줌)’ 등 한국에서 유행하는 줄임말을 적재적소에서 사용하면서 관객에게 웃음을 안기는 대목 역시 이같은 맥락을 고민해 설계했다.

“특히 ‘번달번줌’은 이성적인 유혹의 뉘앙스가 있는 단어이기도 해서, 단순히 요즘 은어를 안다는 것 이상으로 어떤 ‘관계성’을 표현하는 말이거든요. 이걸 북한 병사가 쓰면 더 재밌겠다 싶었던 거죠.”

▲'육사오(6/45)' 스틸컷, 김민호와 이순원(왼쪽부터) (씨나몬㈜홈초이스, 싸이더스)
▲'육사오(6/45)' 스틸컷, 김민호와 이순원(왼쪽부터) (씨나몬㈜홈초이스, 싸이더스)

‘육사오’의 재미 요소는 ‘말맛’뿐 아니다. 극 중 남북 병사들이 합동으로 선보이는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댄스 시퀀스처럼 시각적 유희가 충만한 장면도 등장한다.

박 감독은 “군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1위로 역주행한 그룹이 브레이브 걸스”라면서 “지금은 없어졌지만 대북방송이 있던 시절 남쪽에서는 최신 가요를 틀어줬고, 그 때문에 북한 병사들도 그 곡을 알고 함께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고 전했다. 해당 장면에서 춤을 맛깔나게 추는 북한 병사 역할의 김민호, 이순원 배우의 활약을 짚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칫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는 ‘변태 군바리’ 캐릭터(곽동연)의 활약은 소위 화장실유머의 일환이라 수위 조절이 중요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자칫하면 불쾌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캐스팅부터 고민했다. 뭘 해도 거부감이 들지 않고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배우를 찾았다”면서 곽동연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육사오(6/45)' 스틸컷, 음문석과 곽동연(왼쪽부터) (씨나몬㈜홈초이스, 싸이더스)
▲'육사오(6/45)' 스틸컷, 음문석과 곽동연(왼쪽부터) (씨나몬㈜홈초이스, 싸이더스)

그의 타율 높은 코미디 감각은 ‘달마야 놀자’, ‘박수건달’ 등 코미디 영화의 시나리오를 주로 써 왔던 업력에 기반한 것이다. 2007년 개봉한 '날아라 허동구' 이후 15년 간 연출작은 내놓지 못 했지만,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아빠는 딸’ 등의 작품을 각색하면서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부담 없는 유머를 빚어내는 훈련을 지속했다.

박 감독은 때문에 촬영하는 동안 배우들에게 “관객보다 먼저 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개인기나 오바(오버)하는 연기로는 상황이 진짜처럼 보이지 않거든요. 아이러니한 ‘상황’이 웃긴 거지 인물들 자체가 웃긴 사람들은 아닙니다. 어쨌든 이 사람들은 실제 총기를 지닌 병사들이고,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최전방의 사람들이니까요. 목숨 걸고 하는 일처럼 굉장히 비장하고 절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더 진지할수록 관객은 더 재미있어 할 거라고요.”

▲'육사오(6/45)' 특별 포스터. '공동경비구역 JSA'를 오마주했다. (씨나몬㈜홈초이스, 싸이더스)
▲'육사오(6/45)' 특별 포스터. '공동경비구역 JSA'를 오마주했다. (씨나몬㈜홈초이스, 싸이더스)

‘육사오’의 흥행은 영화계에도 남다른 의미를 준다. 50억 원이 채 되지 않는 제작비와 40회차 촬영 분량으로 완성한 ‘똘똘한 중저예산 작품’이 흥행까지 하는 일이 워낙 흔치 않기 때문이다.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상업 영화들이 300억 대 제작비와 100회 넘는 촬영 규모를 마치 기본 전제처럼 깔고 시작하는 상황에서 ‘육사오’는 체급 격차를 뛰어넘은 성공사례다.

박 감독은 “극장 관람료가 오른 뒤 관객들은 가성비를 꼼꼼히 따져 영화를 선택한다. 그런 (큰) 영화들과 비교해서 우리 영화가 선택받을 수 있을까 우려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관람료가 오르면서 개봉 1~2주 안에 관객을 ‘쫙’ 뽑아내는 ‘와이드 릴리즈’ 배급 방식이 안 먹힐 수 있는 만큼, 이제는 소규모로 상영을 시작해 입소문을 타고 회차를 늘려가는 배급 전략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고 내다봤다.

8일 ‘공조2: 인터내셔날’이 2100여개의 대규모 스크린에서 개봉하면서 ‘육사오’는 예매율 1위 자리를 내어줬지만, 박 감독은 “큰 영화는 큰 영화대로 잘 되면 좋은 것이고 작은 영화도 작은 영화대로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사오’는 이날 기준 740여 개 스크린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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