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쏠림’ 현상이 날로 뚜렷해지는 가운데 전국 과학고등학교(과학고)들의 신입생 경쟁률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문과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외국어고등학교(외고)들은 신입생을 채우지 못해 미달사태를 겪고 있다. 일반고에서도 상위권 학생들이 이과반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과학고 20개교 중 전날까지 2023학년도 원서접수 결과를 공개한 18개교의 평균 경쟁률은 3.6대 1로, 지난 2020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다. 과학고는 수학과 과학 교육에 중점을 둔 특수목적고등학교다.
18개 과학고에 지원한 학생 수도 5389명으로 전년(4728명) 대비 661명(14.0%) 증가했다. 이 중 경기북과고의 경쟁률이 8대 1로 가장 높았고, 한성과학고(4.9대 1)와 대전동신과학고(4.19대 1)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권 과학고의 경쟁률 상승이 두드러졌다.
서울에 있는 한성과학고와 세종과학고의 2023학년도 신입생 평균 경쟁률은 4.43대 1로, 현행과 같은 서류·면접 선발방식이 적용된 2011학년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학교를 합쳐 300명 모집에 1330명이 몰려 종전 최고 경쟁률이었던 지난해 3.76대 1을 큰 폭으로 경신했다.
입시업계는 이 같은 '과학고 열풍'의 이유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로 인한 반사 이익과 정부의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 기조를 꼽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과 상위권 학생들에게 (과학고가) 자사고를 대체할 수 있는 학교로 인식됐을 수 있다"며 "반도체·첨단학과에 대한 정부정책 발표,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설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대기업과 상위권 대학이 연계된 특수 계약학과 설립 등으로 과학고에 대한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