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권영국 변호사 “론스타 중재판정 선방? 정신나간 소리”

입력 2022-09-13 05:00 수정 2022-09-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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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원천적으로 은행 소유할 수 없어
협정상 보호대상 투자자 아닌데도 주장 못 펼친 정부
중재절차 제출한 모든 서류 국민 앞에 공개해야

▲권영국 변호사(전 론스타공대위 법률단장)
▲권영국 변호사(전 론스타공대위 법률단장)

지난 8월 3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재판부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지연 책임을 물어 한국 정부에 2억1650만 달러(약 3000억 원, 1달러당 1380원 기준)와 2011년 12월 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론스타가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한 금액 46억7950만 달러(약 6조4000억 원) 중 4.6%인 2억1650만 달러(약 3000억 원)만이 인정되었으므로, “정부는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하고, 4.6% 일부 패소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 정부가 선방했다는 것이다.

부동산투자 전문펀드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수조 원의 천문학적인 이익을 넘겨준 것도 모자라 또다시 국민 세금으로 수천억 원을 배상해야 하는데도 선방이라고 자화자찬까지 하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론스타는 2003년 9월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 원에 인수하여 2011년 12월 하나은행에 그 지분을 3조9156억 원에 팔아 주식매각대금과 주식 보유 기간 동안의 배당금 1조7000억 원 등을 포함해 무려 4조6000억 원의 이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이조차 성에 차지 않았던지 2012년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46억7950만 달러(6조4000억 원)의 손해를 보았다며 투자자-국가 중재(ISDS)를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론스타의 핵심 주장은 한국 정부(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연기하는 바람에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2010년 11월 하나금융지주와 4조6888억 원(주당 1만4250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한국 정부의 승인이 지연돼 다음해인 2011년 12월 애초 가격보다 낮은 3조9156억 원(주당 1만1900원)에 팔아 손해를 입었다는 일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후 (외환카드를 헐값에 합병하기 위해)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영향도 있다고 보고 론스타의 책임을 50% 인정해 ‘인하된 매각가격’의 절반 수준인 2억1650만 달러를 손해배상금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이러한 결론은 론스타가 처음부터 협정 체약국인 대한민국 법령상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라는 사실에 대한 판단이 빠진 결과다. 투자보장협정상보호 대상이 되는 투자자란 협정 체약국이 정한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투자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투자자가 협정 체약국의 법령을 위반해 투자했다면 그 투자자는 협정상 보호 대상이 아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할 당시, 은행법에서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은행 주식 중 의결권 있는 주식 4%(의결권 없는 주식 포함 10%) 한도를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한도 초과 보유를 인정한 예외조항(은행법시행령 제8조 제2항)도 금융자본에만 적용되는 규정이었다.

따라서 론스타는 원천적으로 은행을 소유할 수 없었다. 또한, 한국의 금융당국이 산업자본인 론스타에 외환은행 보유를 승인했다고 하더라도, 그 투자가 당국의 승인에 의해 보호 가치 있는 투자로 전환되지 않는다.

△첫째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은행법상 예외 없이 절대 금지된 행위이고 △둘째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당시부터 동일인(특수관계인) 관계에 있는 비금융회사 혹은 자산에 대한 신고를 누락하거나 자산규모를 축소 신고한 것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론스타는 협정상 보호대상 투자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론스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중재 사건에서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협정상 보호대상이 되는 투자자가 아니라는 점(산업자본)에 대한 주장을 처음부터 제외했다.

정부의 중재대응 TF는 총리실과 금융당국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론스타의 은행 보유를 승인한 내부 협력자(모피아)들이 속한 곳이다. 한국 정부는 은행 보유가 불가능한 외국투기자본에게 은행을 넘기도록 승인하고, 중재절차에서도 그 사실을 숨김으로써 스스로 패배를 자초했다.

정부는 중재판정문과 중재절차 과정에서 제출된 모든 서류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부터 중재판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불법과 편법 의혹으로 얼룩져있다. 이제라도 론스타 먹튀의 진상을 규명하고 내부 협력자들을 밝혀내기 위한 국정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그래픽=신미영)
(그래픽=신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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