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 보기] ‘3고’ 시대에서 살아남기

입력 2022-09-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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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은 고금리·고달러·고원자재가격이라는 ‘3고’의 충격을 바로 받고 있다. 1980년대 후반 한국 경제는 저금리·저달러·저원자재가격이라는 ‘3저’의 혜택으로 물가안정·고성장·수출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때 이후 안정 속의 성장, 경상수지 흑자기조 정착 등을 통해 경제의 체질을 크게 강화할 수 있었다. 지금은 국제 경제 환경이 정반대로 변해 고물가와 저성장, 경상수지 흑자기조 훼손 등 경제의 기초여건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불안은 단기간에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뒤늦게 정신 차린 듯 물가가 확실히 안정될 때까지 금리를 올리고, 또 쉽게 내리지 않겠다고 한다. 경기침체와 함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미 달러화의 강세도 지속할 듯하다. 이는 미국 내 물가를 조기에 안정시킴으로써 미래의 경제적 고통을 줄이겠다는 것이 주된 이유겠지만, 중국의 경기회복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어찌 되었든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다. 고환율과 고물가의 악순환, 저성장의 장기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 등이 예상된다. 특히 고환율하에서도 경상수지가 악화하면, 경상수지 개선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충격과 후유증이 얼마나 계속될 것인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미래는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어려운 시기에서 살아남을까?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있었던 재난지원금 같은 퍼주기 지원은 기대할 수 없을 듯하다. 새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정책능력도 우수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각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채무탕감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실제 혜택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채무탕감을 받은 사람의 낙인은 오래 갈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자신에 손해를 끼친 사람을 쉽게 잊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첫째,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소득보다 지출이 적어야 경제적으로 살아남고 저축도 할 수 있다. 살아남고 저축한 돈이 있어야 다음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식량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식량과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좋다. 또한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빚이 있는 사람은 최대한 빚을 갚아야 한다. 인플레 시기에는 채권자가 손해를 보고, 채무자가 이익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한 빚을 늦게 갚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번 물가상승은 조만간 끝나고, 이후에는 일본식 저성장과 저물가가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물가 저성장이 왔는데도 금리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 중앙은행들이 이번 물가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듯이 물가하락 시에도 제때 대응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경제의 흐름과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야 한다. 일본식 장기불황이 온다면 앞의 두 가지 방법만으로 대응해도 문제가 적다. 그러나 확률은 낮지만 급격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이때는 미리 피하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게 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은 물가안정·재정건전성·경상수지 흑자기조이다. 이번 물가상승은 아주 장기화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재정건전성도 윤석열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어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기조의 훼손은 가능성이 있다.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 신냉전 시대로의 전환, 중국시장에서의 수출경쟁력 하락 등으로 수출여건이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수출입과 경상수지 통계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수출입과 경상수지 통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수출입통계는 10일 단위로 즉시 발표되기 때문에 속보성이 있어 좋다. 그러나 이 수출입통계에서 무역적자가 났다고 경상수지의 상품수지가 적자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수출은 본선인도가격(FOB)이라 하여 우리나라 수출항에서 배에 실어주는 가격으로 계산하고, 수입은 운임보험료 포함가격(CIF)이라 하여 우리나라 항구까지 도착하는 가격기준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수입에는 운송비와 보험료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상품가격보다 비싸다. 운송비와 보험료는 어느 나라 배와 보험사를 이용했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수입으로 잡힌다. 경상수지 통계는 이렇게 수출입금액을 실제 귀속되는 나라에 따라 나누어 주고, 상품 이외에 여행 등 서비스나 외국투자에 따른 수지 등도 포함한다. 따라서 속보인 수출입통계와 두 달쯤 늦게 나오는 경상수지 통계를 비교해가며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수출입통계의 무역수지가 아주 크게 적자가 나면 경상수지의 상품수지도 적자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절약하고 빚 갚으면서, 경제공부까지 잘 해야 살아남는 어려운 시기가 될 듯하다. 정부가 잘 해주면 국민들의 삶이 조금은 더 편해질 수 있을 텐데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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