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진의 거장 윌리엄 클라인, 96세 나이로 별세

입력 2022-09-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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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하나
도시의 생생함, 패션모델 거리 사진 등으로 사진계 혁명 일으켜

▲1993년 사진작가 윌리엄 클라인이 자신을 담아낸 사진. AP뉴시스
▲1993년 사진작가 윌리엄 클라인이 자신을 담아낸 사진. AP뉴시스
현대 사진의 거장인 미국의 사진작가 윌리엄 클라인이 프랑스 파리에서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클라인의 아들 피에르 클라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버지가 10일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들은 “사진작가 피에르 클라인은 도시 생활의 불안과 폭력성을 인상 깊게 묘사함으로써 사진계의 혁명을 이끌었으며 10일 평화롭게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클라인의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이뤄지고 이후 공개 추모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클라인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분주하고 거친 도시 생활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냈고, 거리에서 시민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즐겨 찍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패션 사진에서도 한 획을 그었다.

이날은 미국 뉴욕의 국제사진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회고전이 열리는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회고전은 그가 유명한 거리, 패션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 추상 예술가, 초상화가 등 다양하게 활동한 60년 경력을 담아냈다.

클라인은 처음으로 패션모델의 사진을 스튜디오 밖에서 찍는 등 거리와 패션 사진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부분이 흑백 사진인 그의 작품에서는 중심을 벗어난 피사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구도가 특징적이다. 한 젊은이가 얼굴을 찌푸린 채 총구 끝을 카메라에 바짝 들이대는 모습을 포착한 ‘권총(GUN) 1’ 등의 작품이 유명하다.

프랑스 사진잡지 폴카의 알랭 제네스타 편집장은 “클라인은 맨 레이처럼 자신만의 규칙을 만든 전설적인 사진작가 중 한 명”이라며 “사람들의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항상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클라인은 1926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 유럽의 매력에 빠졌고, 전쟁 후 프랑스 화가 페르낭 레제르 밑에서 그림을 배웠다.

건축가의 꿈을 갖고 있었던 그는 어느 날 포커 게임에서 이겨 독일제 롤라이 플렉스 카메라를 손에 넣은 뒤 사진에 매료됐다.

클라인은 1956년 뉴욕의 거리 풍경을 찍은 사진첩 ‘인생은 즐겁고, 뉴욕에서의 삶도 좋아라’를 파리에서 출간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1960년대엔 패션 사진과 뉴욕, 파리, 도쿄, 모스크바, 로마 등 세계 유명 도시에 대한 매우 창의적인 사진 에세이로 이름을 날렸다.

클라인은 영화 ‘카비리아의 밤’ 조감독을 맡기도 하고, 베트남 전쟁이나 미국 흑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에 관한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1980년대 다시 사진의 세계로 돌아온 클라인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여러 권의 사진첩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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