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영연방 접착제’ 여왕 떠나자 벌어진 일

입력 2022-09-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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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피커딜리 서커스 대형 스크린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진이 투영되고 있다.
▲(AP/뉴시스) 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피커딜리 서커스 대형 스크린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진이 투영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영국의 연방 국가들이 이탈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찰스 3세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연방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영연방 56개국으로 구성

영연방은 영국 본토와 함께 과거 식민지였던 독립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다. 1931년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남아공으로 시작한 영연방은 현재 56개국이 가입해있다. 이 중 대부분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이다. 영연방은 현재도 경제·군사 협력 체계와 문화 교류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규모와 연대력을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커먼웰스 게임’으로, 4년마다 한 번씩 영연방 국가들이 모여 종합 체육 대회를 개최한다.

세계 정세에 따라 협력 관계가 느슨해진 경향이 있지만, 영연방 국가 인구는 2016년 기준으로 총 24억여 명에 달하는 등 과거 전 세계 4분의 1, 전 세계 인구 5분의 1을 통치했다는 영국 왕국의 명성을 계승하고 있다.

▲(AP/뉴시스) 1961년 인도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가운데 왼쪽)와 남편 필립공(왼쪽)
▲(AP/뉴시스) 1961년 인도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가운데 왼쪽)와 남편 필립공(왼쪽)
영연방 ‘접착제’ 엘리자베스 2세... 연방 유지 원동력

영연방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적·문화적 교류나 혜택이 다양했다. 그러나 1973년 영국의 EC(유럽공동체)와 1993년 EU(유럽연합)가 창설되면서 기능과 혜택이 축소됐다. 이에 영연방 회의론이 떠오르기도 했다.

영연방 창설 당시에는 모든 가입국이 영국 군주를 국가 원수로 삼았으나, 현재는 다수 국가가 공화제로 전환해 영국 군주를 자국의 원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자메이카 등 15개 국가만 영국 군주를 국가 원수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영연방 국가들의 이탈을 막고 15개 국가의 군주제를 이어온 데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공이 컸다.

1953년 여왕에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는 현재까지 영국연방의 수장이자 군주로서 연방 소속 국가를 이곳저곳 순방하며 호감을 얻고, 영연방에 대한 소속감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례로 여왕으로 즉위하며 ‘영국 국왕’으로서의 지위를 잃었음에도 엘리자베스 2세는 1957년 연설에서 “전쟁에서 여러분을 이끌 수도, 법을 행사할 수도, 공정한 행정을 관장할 수도 없지만, 내 심장과 헌신을 이 오래된 섬나라, 우리 혈제 영연방에 줄 수 있다”는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엘리자베스 2세의 리더십과 호감이 영연방과 영연방 공화국을 이어가는 접착제였던 셈이다.

▲(AP/뉴시스) 찰스 3세(가운데) 영국 국왕이 다른 가족들과 함께 12일(현지시각) 에든버러의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에 하루 동안 머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신이 담긴 관 앞에서 철야하고 있다.
▲(AP/뉴시스) 찰스 3세(가운데) 영국 국왕이 다른 가족들과 함께 12일(현지시각) 에든버러의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에 하루 동안 머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신이 담긴 관 앞에서 철야하고 있다.
여왕 서거와 함께 고개 드는 탈군주제... 찰스 3세 즉위하자마자 위기 직면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하면서 영연방 공화국도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당장 영국 내부인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독립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코틀랜드민족당(SNP)는 엘리자베스 2세 사망을 계기로 2014년 부결됐던 독립 관련 주민 투표를 다시 추진하려는 모양새다. 북아일랜드 역시 제1당 신페인당이 여왕 서거 이전부터 꾸준히 영국에서의 독립과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주장해왔다.

과거 브렉시트 주민투표에서도 스코틀랜드(62%)와 북아일랜드(55.8%)는 EU 잔류에 더 높은 표를 줬을 만큼 잉글랜드·웨일스와 다른 입장을 보여왔다.

본토뿐 아니라 다른 연방 국가들도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해 11월에는 바베이도스가 공화제로 전환하며 국가원수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서 초대 대통령 샌드라 메이슨으로 변경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메이카, 앤티가 바부다, 그레나다, 바하마, 벨리즈 등 카리브해 국가들도 영국 왕의 국가 원수직 삭제와 함께 나라 이름도 변경할 것이라 밝혔다. 개스턴 브라운 앤티가 바부다 총리는 여왕 서거 이후인 11일 군주제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 추진 의사를 전했다.

호주 역시 군주제 폐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취임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금은 엘리자베스 2세에게 경의와 존경을 표해야 할 때”라며 자신의 첫 임기 동안에는 공화정 전환 관련 국민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호주 총리 임기는 3년이다. 그러나 공화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호주의 군주제 폐지 공론화는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 역시 국민 61%가 공화제 전환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등 공화정 전환을 요구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정부는 이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영연방 구성원이 대부분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만큼, 식민지배 당시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배상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월 윌리엄 왕세자 부부는 카리브해 영연방 국가들을 방문할 당시 식민지배와 노예무역 등의 폐해를 배상하고, 영국 경제가 식민지 착취로 이뤄진 것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마주해야 했다.

이렇듯 엘리자베스 2세를 이어 즉위한 찰스 3세는 대외적인 위기에도 직면한 상황이다. 그가 영연방의 새 접착제가 될지, 분열의 촉매가 될지 국제 사회의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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