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약자가 먼저 통제된다

입력 2022-09-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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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이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우리마을’로 최근 어린 청년들이 많이 입소하고 있다. 혜숙(가명) 양은 학교에서 지속적인 자해, 자살 시도로 힘들었고 결국 휴학을 하고 가출하였다. 이후에 매춘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승수(가명) 군은 학교폭력 피해로 정신증이 생겼고 최근에 정신과 병원을 퇴원하여 우리마을로 입소하였다. 승수 군이 입소하고 얼마 후 우리마을로 경찰이 찾아왔고 그가 입원 전 절도와 폭력으로 고소된 사건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열악한 양육환경 속에서 가정폭력, 학교폭력으로 희생되었고, 이후에 정신적 어려움과 관계적 예민성이 충돌되어 어린 나이에 범법자가 되고 말았다.

최근 만 14세 미만 범죄가 늘어나고 이들 촉법소년의 나이 상한인 13세의 범죄 비중이 높아지면서 강력범죄화되고 있음에 사회적 우려가 높다. 이에 정부는 형사처분하지 않는 촉법소년 나이 상한을 12세로 낮추는 법률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법은 1953년에 정해진 것으로 변화된 2022년의 기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사이 아이들의 체력적 조건과 지적능력이 향상되었고 사회문화적 배경이 달라졌다는 이유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이 빨라졌다고 범죄 연령만 더 빨라졌던 것일까? 부정적인 범죄 행동이 빨라졌다면, 한편으로 긍정적인 성숙 행동도 빨라졌어야 할 것인데 말이다. 그러니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문화적 배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물질주의, 경쟁주의, 성과주의로 아이들을 압박하는 것은 누구인가? 거기다 아이들에게 폭력적, 반사회적 문화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노출하는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아이들은 죄가 없다. 자칫 아이들에게만 사회적 통제를 강화한다면 그것은 약자에 대한 폭력이다.

치료를 빙자하여 정신질환자를 사회와 격리하고 병원과 시설에 가두었던 폭력, 그것이 남긴 후유증을 상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정을 빙자하여 아이들을 감옥에 가두기만 한다면, 향후 그들의 인생에서 감내해야 할 후유증은 더 가혹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 중인 아이들에 대한 처벌과 통제를 선택해야 한다면, 성장만 하고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에 대한 통제 방법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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