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적용 여부에 따라 기업 여성 등기이사 비율 2배 이상 벌어져

입력 2022-09-1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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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자산 2조 원 이상인 기업이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구성할 수 없게 되면서 규모가 큰 기업의 여성 등기이사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조 원 미만인 기업의 여성 등기이사 비율은 답보하면서 기업 규모에 따라 이 격차는 더 벌어졌다.

14일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전문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이사회 성 다양성, 기업지배구조 넥스트 키워드'를 발간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자본시장법 개정 전인 2019년 12월 말부터 최근인 2022년 3월 말까지 상장 상태를 유지한 코스피ㆍ코스닥 기업 중 자산총액 1000억 원(별도 기준) 이상인 기업 1339곳의 이사회 성별 구성 변화를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기업(159개)의 전체 여성 등기이사 비율(기업들의 여성 등기이사 수 합계를 이사회 전체 인원수 합계로 나눈 값)은 3.0%에서 12.8%로 증가한 반면 자본시장법 개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 총액 2조 원 미만 기업에서 이 비율은 3.8%에서 4.9%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 중 남성으로만 구성된 이사회 수도 2019년 12월 말 129개에서 2022년 3월 말 23개로 두드러진 감소를 보이며 136개 대기업이 최소 1명의 여성 등기이사를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준수 기업에 대한 제재가 없고 적용 대상이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기업으로 한정된 개정 규정의 한계점을 감안할 때 올해 이후에도 국내 기업의 여성 등기이사 선임이 계속해서 가파르게 증가할지 여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경력 및 전문성을 보유한 여성 인력의 부족도 여성 이사 증가세를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3월 말 기준 여성 등기이사를 선임한 자산총액 2조 원 상장사 136개 중 116개(85.3%)는 1명의 여성 이사만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성 이사 116명 중 110명이 사외이사, 2명이 기타 비상무이사이고 사내이사는 4명에 불과했다. 이들 4명의 여성 사내이사는 CJ제일제당 김소영 BIO ANH사업본부장, 대상㈜ 임상민 전무,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으로, CJ제일제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경우 이사회 내 유일한 여성 사내이사가 기업집단 총수일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기업들이 여성 직원을 육성하고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2년간 국내 대기업들이 개정된 자본시장법 준수를 위해 주로 사외이사 자리를 여성으로 채웠지만, 이사회 성 다양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내부적으로 인력개발 정책 측면에서 더 근본적인 접근을 통해 여성 사내이사 선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개정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닌 자산 규모 2조 원 미만 상장사의 경우 여성 이사의 비율이 여전히 매우 낮아 이사회 성 다양성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으며, 이를 위해 기관투자자들의 주주활동이 증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ESG 이슈 중에서 특히 우리나라의 성 다양성 및 형평성 문제는 가장 낙후된 이슈라고 생각한다”며 “국내 이사회 성 다양성 개선을 위해 이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과 문제 제기를 지속해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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