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성년자에 증여된 재산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조부모가 손주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세대생략증여가 43%에 달해 부의 대물림 방지를 위한 탈루 및 편법 증여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미성년자 증여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성년자 증여액은 2조3504억 원으로 전년(1조617억 원)보다 1조2887억 원 늘었다.
자산가치 상승과 부동산 세제 강화로 나이 어린 손주나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증여한 것이 미성년자 증여액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증여재산을 종류별로 보면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이 8851억 원으로 전년(3703억 원) 대비 2배 이상(139%) 급증했다. 예금 등 금융자산은 8086억 원으로 전년(3770억 원) 대비 115% 늘었다. 주식(5028억 원)도 전년(2604억 원)보다 93% 증가했다.
지난해 증여액이 늘면서 증여세를 신고한 미성년자가 전년(1만56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만70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1인당 평균 증여액은 1억1351만 원이며, 증여세는 총 4607억 원이었다.
증여를 받은 미성년자 중 42%(7251명)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세대생략 증여재산은 1조117억 원으로 전체 미성년자 증여재산의 43%에 달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세대생략 증여의 비율이 높았다. 만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이 60%(3488억 원), 초등학생 45%(3388억 원), 중학생 이상 22%(2166억 원) 등 순이었다.
세대생략 증여의 경우 증여세의 30%를 할증해 과세하고 있다. 부유층의 부의 대물림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부터는 미성년자의 경우에 증여재산이 20억 원을 초과하면 40%를 할증하고 있다.
이같은 세 부담에도 세대생략 증여는 2019년 3905명, 2020년 4105명, 2021년 7251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세대생략 증여재산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이같은 현상은 세대생략 활증과세가 증여재산 가액이 20억 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10% 포인트 상향된 할증률이 적용되고, 실제 절세 금액에 비해 할증률이 높지 않은 게 원인이라고 고 의원은 지적했다.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의 실효세율(결정세액/과표)은 19.6%로 일반적인 미성년자 증여의 실효세율(15.4%)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고 의원은 “현행 세대생략 할증과세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부유층의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경제활동 능력이 없는 미성년들이 자기 돈으로 제대로 증여세를 납부했는지, 자금출처나 증여세 탈루 여부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