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 충격에 14일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코스피 지수가 추락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가면서, 달러 초강세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남은 두 차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금통위) 기준금리 연속 인상 가능성도 유력하다. 코스피는 2300선을 다시 밑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90원을 넘긴 가운데, 전문가들은 다음 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환율이 1400원 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미국 물가 충격이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달러 강세를 유발할 것”이라며 “초단기적으로 9월 FOMC까지 1400원대를 터치할 가능성은 열어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이 연말 이후로도 매파적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시장 분위기로는 9월 FOMC에 따라 1430∼1450원 터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밝혔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도 “9월 FOMC까지 시장의 경계심리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날 20원 넘게 급등했기 때문에 하락 되돌림이 있을 수도 있지만, 환율이 내려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에서 10월, 11월 두 차례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커졌다. 예상대로라면 연말까지 사상 처음 6연속 기준금리 인상 기록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인상 폭과 속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러 차례 “물가·성장 등이 전망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0.25%포인트(p)씩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미국의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면, 빅 스텝(0.50%p 인상)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9월 소비자물가에서 정점 통과가 확인되고, 유럽 공급망 충격이 확대되는 등 국내외 경제가 예상 밖으로 흘러갈 경우에도 빅스텝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주식 시장에선 연중 최저점인 2276.63(7월 4일)을 밑돌거나 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지수가 또다시 하락할 것인가가 관심사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피 하단을 2300 이하로 잡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코스피 밴드는 2200~2660p로 예상한다”며 “매크로 불확실성과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으로 밴드 내 등락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하락추세 하단으로 2050선 전후를 추정했다. 그는 “상당 기간 고강도 긴축과 경기 불안이라는 이중고가 지속하며, 지수는 내년 1분기 저점통과를 예상하지만 경기 경착륙, 수요 약화 속도에 따라 그 시점이 올해 말~내년 초로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물가 변수가 안정화된다는 증거와 확신을 갖기 전까진 국내외 주식시장은 뚜렷한 방향성을 설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4분기 코스피 지수 밴드로 2200~2600p를 제시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 지수는 2300~2600 수준에서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향후 인플레 완화 속도나 연준의 긴축 강도에 따라 저점(2300)을 깰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오전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금융·외환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시장안정을 위해 가용한 대응조치를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