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강펀치에 흔들리는 한국경제, “퍼펙트 스톰 올 수 있어”

입력 2022-09-14 16:59 수정 2022-09-1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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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물가 쇼크’ 전방위 확산
환율 1390원 돌파 13년來 최고
닛케이 2.78%·홍콩 2.48% 뚝
올해 누적 무역적자 275억 달러
상장사 엉엽이익 추정치 8.7% ↓

▲원달러 환율 추이 등 (한국은행 등)
▲원달러 환율 추이 등 (한국은행 등)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위험은 고인플레이션 국면의 고착화다. 높은 물가상승률은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실물자산이 작은 저소득 취약계층의 기초 생활을 위협하고 실질수익률에 대한 기대 변화를 통해 경제 주체들의 소비·투자 결정을 왜곡하는 등 적지 않은 경제적 폐해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한 위원이 지난 13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경고다.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실물 경기 둔화, 미국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 공포 등으로 휘청이자 한국경제에도 잿빛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금융·실물시장 곳곳에서 침체의 신호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에 조만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내놓는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3원 오른 1390.9원에 마감했다. 장중 1395.50원까지 뛰어오르면서 1400원 선을 눈앞에 뒀다. 원·달러 환율이 139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56% 하락한 2411.42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164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9월 전체 순매도 규모는 1조2000억 원에 이른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78%)와 대만 자취안지수(-1.59%), 홍콩 H지수(-2.48%) 등 아시아 증시도 파랗게 질렸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585%에 장을 마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데는 연준의 긴축 공포와 환율 등의 영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경쟁력 저하)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 등 한국 경제와 증시를 버티던 주력 산업의 성장 동력은 꺼져가고 있다. 수출 효자 반도체는 조만간 ‘반도체 겨울이 올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D램,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전월 대비 또 내리면서 각각 2개월,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무역수지를 보면 우리 경제의 어두운 미래가 나타난다. 9월 1~10일 무역수지는 24억4300만 달러 적자 상태다. 이달에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면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기업들의 영업성적표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기업(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합산) 236곳의 3·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0조9564억 원이다. 예상대로면 전년 동기(55조7940억 원)보다 8.67% 줄어든다.

이날 전 세계 증시를 침몰시킨 것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 대비 8.3% 상승)이다. 한국도 물가 불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례적인 고환율과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안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고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주요 물가 리스크를 점검해 본 결과, 원자재 가격 반등 가능성과 수요 측 물가 압력 지속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5∼6%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6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층 커진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걱정은 국내 경제성장률까지 집어삼킬 여지가 있다. 박경훈 한국은행 조사총괄팀 차장은 ‘미국·유럽의 경기침체 리스크 평가 및 시사점’(BOK 이슈노트)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 침체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면, 수출 무역 경로를 통해 국내 수요도 둔화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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