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좁다’, 식품업계 K푸드 이어 ‘K비건’으로 글로벌 공략 나서

입력 2022-09-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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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신세계푸드)
(사진제공=신세계푸드)

비건 식품은 동물성 원료 및 기타 모든 동물 유래 성분이 사용되지 않는다. 또한 동물성 실험을 하지 않고, 인증 기관에서 인증 받은 식물성 원료나 대체육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전 세계적인 관심 증가로 비건은 식품업체 미래 먹거리로 여겨진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말 발간한 ‘세계경제대전망 2019’를 통해 2019년을 ‘비건의 해’로 예측했다. 3년 후인 올해 비건 산업은 식품을 넘어 화장품과 의류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건 시장 성장에 국내 식품기업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롯데푸드 롯데중앙연구소는 2020년 바이오제네틱스, 위드바이오코스팜 등과 식물성 대체육의 육즙 개발 협약를 체결하고, ‘제로미트’ 브랜드의 대체육 제품을 내놨다. 롯데지알에스도 2019년 식물성 패티를 이용한 버거를 출시하고, 이듬해 식물성 단백질버거를 선보였다. 동원F&B는 독점 계약을 통해 미국 ‘비욘드미트’를 국내에 도입했고, 농심은 2017년 ‘베지가든’ 브랜드를 통해 대체육 상품을 출시했다.

농심과 풀무원은 지난 5월 각각 ‘포리스트 키친’과 ‘플랜튜드’라는 비건 레스토랑을 열었다. 농심 관계자는 “비건 문화 확산과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식문화를 열어가고자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됐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등도 각각 ‘플랜테이블’과 ‘헬로베지’라는 자체 식물성 식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시장에서 비건 제품 기업들은 전통 식품 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이나 신생 기업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네슬레와 유니레버, 크래프트 하인즈 등 연륜 있는 식품업계의 절대 강자가 아직은 없다는 평가다. 현재는 글로벌 인지도를 갖춘 비건 식품 회사는 임파서블푸드, 비욘드미트, 타이슨푸드, 다이야 등 대체육 업체와 배양육 회사 모사미트, 귀리음료 업체 오틀리 등이 꼽힌다.

건강식 이미지를 구축한 K푸드의 글로벌 시장 성공도 K비건 진격에 힘이 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로 글로벌 식품 시장을 질주하고 있고, 풀무원도 미국 두부 시장에서 독보적인 선두 업체로 평가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서도 비건이 확산되고 있지만, 초기 단계로 아직 시장 규모는 미미하다”며 “한국음식이 김치나 두부 등 채식 문화로 유명하고, 최근 K푸드의 글로벌 인기로 자신감을 얻고 있다. 새로 형성된 시장인 만큼 국내 식품 기업들의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비건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푸드다. 지난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하고, 미국에 100% 자회사 ‘베러푸즈(Better Foods)’를 설립했다. 이달 8일부터 9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채식·식물성 대안식품 박람회인 ‘플랜트 베이스드 월드 엑스포’ 참가로 마케팅을 강화했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베러미트’ 전시관 운영으로 그 동안 쌓아 온 푸드테크 역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박람회 방문객 중 40%가 넘는 분들이 부스를 방문하는 등 관심이 높았다. 계속해서 미국 시장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풀무원)
(사진제공=풀무원)

풀무원은 지난달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 ‘지구식단’을 출시했다. 지구 식단의 목표는 2025년 매출 4000억 원 달성이다. 미국 법인 풀무원USA는 2020년 4월부터 식물성 지향 식품 브랜드 ‘플랜트 스파이어드’(Plantspired)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증설한 캘리포니아 풀러튼공장에서 플랜트 스파이어드의 식물성 스테이크 등을 생산, 최근 미국 외식 기업과 유명 슈퍼체인에 입점했다. 풀무원은 일본 시장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14년 현지 두부업체 아사히코 인수 후 2020년 내놓은 ‘두부바’가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넘었고, 출시 6개월 만에 2000만 개를 돌파했다. 올해 1월 현지 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해 공급력을 기존 보다 약 2배 늘렸다.

CJ도 식물성 식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국내외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5년까지 식물성 식품 매출을 2000억 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해외에서 전체 매출의 7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비건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하고 비건만두와 김치만두를 시작으로 식물성 식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인천 2공장에 연간 1000톤 규모의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국내는 물론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약 20개국에 플랜테이블을 수출하고 있다. 현재는 북미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또한 최근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그린레벨에 투자해 할랄 기반의 동남아시아에서 식물성 식품 사업에 나섰고, 지난해 투자한 미국 미요코스 크리머리와 대체 버터·치즈가 함유된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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