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현금 인출을 엄격히 제한 중인 레바논에서 한 여성이 은행강도를 자처해 자기 계좌에서 돈을 찾아 현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영웅으로 등극했다.
14일(현지시각) AP 등에 따르면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살리 하페즈(28)는 2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족계좌에서 1만3000달러(약 1810만 원)를 인출했다.
하페즈에 따르면 해당 은행은 한 달에 200달러까지만 찾을 수 있게 인출을 제한한 상태였다.
레바논 은행들은 자금난으로 인해 2019년부터 외화 인출을 제한하고 있다. 레바논은 국가 경제 악화가 장기화하며 인구의 약 4분의 3이 빈곤에 허덕이는 상태다.
하페즈는 여동생의 암 치료에 필요한 5만 달러를 구하기 위해 고액의 현금인출을 계속해서 요청해왔다. 그런데도 인출을 거절당하자, 결국 은행강도를 자처했다.
그와 동료들이 생중계한 영상에서 하페즈는 은행 창구 직원에게 말을 건네다 총을 꺼내 들고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친다.
이어 그는 “난 살리 하페즈다. 병원에서 죽어가는 여동생의 예금을 인출하러 왔다”며 “살인이나 방화를 할 생각은 없다. 내 권리를 주장하러 왔다”고 밝힌다.
그가 들고 있던 총은 장난감 총이었다고 한다.
하페즈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동생 암 치료비 마련을 위해 신장 판매까지 고려했다”며 “지점장에게 여동생이 죽어가고 있으며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호소도 해봤지만, 더 잃을 게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강도를 저지른 하페즈와 그 동료들은 ‘예금주의 고함’이라는 단체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 범행 직후 이들은 보안요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은행 뒤편 깨진 유리창을 통해 달아났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후 레바논 누리꾼들은 SNS 등을 통해 하페즈를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다. 레바논 예금 인출 제한에 큰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8월 11일 소총으로 인질극을 벌인 끝에 3만5000달러(약 4872만 원)의 예금을 찾은 40대 남성 바샴 알 세이크 후세인도 레바논 국민에게서 영웅으로 취급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