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윤종빈 감독 "어디까지 진실인지…그게 핵심"

입력 2022-09-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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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 (넷플릭스)
▲윤종빈 감독 (넷플릭스)

홍어 사업을 하러 남미 국가 수리남으로 간 민간인이 돌연 국정원 작전에 3년간 투입되고, 코카인 사업을 왕성하게 벌이던 한국인 마약왕을 체포하기에 이른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이야기다.

‘수리남’의 주인공 강인구(하정우)의 실존 인물인 K 씨를 직접 만나 취재한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신작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은 윤종빈 감독을 1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싶은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질문에 윤 감독은 ‘자신도 똑같았다’면서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이 시리즈의 핵심인 것 같다”고 했다.

“이 사람은 무슨 깡으로 이런 일을 한 거야?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도 그게 제일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국정원 작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니 그분 얘기를 믿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영화로 표현하려니 오히려 너무 ‘클리셰’가 돼서 못 쓰겠더라고요.”

윤 감독은 조 씨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기억들이 전형적인 언더커버 영화의 내용과 유사해 오히려 시나리오에서 덜어낸 지점도 있다고 했다.

“언더커버를 위해 수리남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스킨헤드처럼 머리를 빡빡 밀고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갱들과 몇 달 동안 일부러 싸웠다는 거예요. 전요환 쪽에 (눈에 띄어) 들어가기 위해서요. ‘디파티드’(2006)나 ‘무간도’(2003)에 이미 나온 이야기잖아요. 오히려 너무 가짜 같이 느껴졌어요”

윤 감독은 극 전체의 설득력을 위해 “앞부분에 불필요하게 보일 수도 있는 전사를 앞에 덕지덕지 붙인 것”이라고 했다. 도입부에서는 주인공 강인구의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의 때 이른 사망, 두 동생들을 책임지며 돈 버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게 된 성인 강인구의 모습 등이 마치 ‘핵심 요약’처럼 친절하게 설명된다.

“대본 단계에서도 (전사 부분이 늘어진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저도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고요. 그래도 이 사람이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고, 엄청나게 많은 경험과 고생 끝에 남다른 생존력과 강인한 영혼을 갖게 된 사람이라는 걸 설명해야 될 것 같았어요. 목에 총이 들어와도 협상을 할 사람이라는 걸요. 조금 (리듬이) 처지더라도 그걸 납득시키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봤거든요.”

▲7일 오전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윤종빈 감독 (넷플릭스)
▲7일 오전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윤종빈 감독 (넷플릭스)

시나리오를 완성한 윤 감독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해외 촬영을 진행했다. 극의 진짜 배경인 수리남에는 영화 로케이션 촬영을 위해 필수적인 현지 프로덕션 자체가 없었기에 유사한 여건의 도미니카 공화국을 택했다고 한다.

“실제 도미니카 공화국 교도소에서 촬영을 했어요. 영치금으로 인건비를 넣어주고 (재소자들을) 엑스트라로 활용했죠. 대통령궁을 찍을 때도 재미있었는데, 그쪽에서 협조를 엄청 잘 해줬어요. 해가 지는 매직 아워 때 꼭 찍어야 하는 신이 있어 드론을 띄웠는데 때마침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궁으로 돌아온다는 거예요. 우리 지금 촬영해야 하니 양해 좀 부탁한다고 했더니 정말 그렇게 할 수 있게끔 해 주더라고요.”

코로나19로 해외 촬영을 지속할 수 없게 되면서 국내로 돌아온 ‘수리남’ 팀은 제주를 대안 촬영지로 삼고 풍광이 드러나는 신을 위주로 촬영했다. 전주에서는 차이나타운 오픈세트, 부산에서는 국정원 안가 오픈세트, 무주에서는 전요환의 신도들이 머무는 건물 위주로 촬영하며 제작을 마쳤다.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등 줄곧 영화만 연출하다가 처음으로 6부작 시리즈물에 도전한 윤 감독은 “플랫폼의 힘을 실감한다”면서 “해외 파견 나간 고등학교 동창부터 자동차 보험 담당자까지 연락이 왔다”고 인기를 전했다.

윤 감독은 “영화 할 때 생각했던 감독, 작가로서의 욕심을 내려놓고 힘을 빼고 찍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리즈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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