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남의 나라 얘기 아냐”...‘수리남’으로 보는 마약 범죄

입력 2022-09-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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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남미 북부에 위치한 인구 58만의 작은 나라 수리남. 국토의 절반이 밀림이고, 한때 국민의 절반이 마약 산업과 관련 있다고 할 정도로 마약 거래가 활발했던 곳이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은 마약 밀매로 징역 11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이력도 있다. 그런 낯선 땅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K-가장 강인구(하정우)가 발을 내디딘다. 큰돈을 벌기 위해서다.

강인구는 낮에는 카센터에서 일하고, 미군 부대에 식자재를 납품한다. 밤에는 단란주점을 운영한다. 밤낮으로 일하지만 커 가는 아이들을 보니 여전히 어깨가 무겁다. 그때 친구 응수(현봉식)는 인구에게 흥미로운 사업아이템을 제안한다. 홍어를 먹지 않는 수리남에서 헐값에 홍어를 가져다 한국에 팔자는 것이다. 수리남으로 향한 인구는 운 좋게 만난 한인 교회 목사 전요환(황정민)의 도움을 받으며 사업을 일궈간다.

그런데, 갑자기 집으로 현지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홍어를 싣고 한국으로 향하던 배에서 마약인 코카인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인구는 낯선 땅에서 옥살이를 하게 되고. 그때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가 찾아온다. 창호는 마약상 전요환을 검거하는 작전에 협조해달라고 제안한다. 인구는 살아남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이고, 민간인 신분으로 언더커버 작전에 뛰어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9일 공개된 ‘수리남’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밀매조직을 만든 ‘마약왕’ 조봉행과 그의 검거를 위해 비밀 작전에 투입된 민간인 사업가 K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15일 기준 전 세계 3위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품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실제 사건도 재조명받고 있다. 조봉행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마약밀매조직을 운영했다. 그는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 조직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사업을 키워 나갔다. 조봉행은 국정원과 미국 마약단속국, 브라질 경찰과의 공조 작전으로 2009년 체포됐고 2011년 징역 10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다시 수리남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수리남은 ‘마약 국가’로 그려진다. 극 중 전요환은 수리남 대통령 등 수리남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마약 시장을 장악했다. 수리남 정부는 마약 거래를 도우며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부패한 정권으로 나온다. 이에 수리남 정부는 국가 이미지 실추라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제작사에 대한 법적 조치뿐만 아니라 대사를 통해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러나 마약 범죄가 일상처럼 벌어지는 건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로 치부할 수 없다. ‘마약 청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최근 마약 관련 범죄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어서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5월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전체 압수량은 역대 최다인 1295.7kg에 달했다. 이는 전년(320.9kg)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필로폰과 코카인, 대마 등 주요 마약류 압수량은 1179㎏으로 전년(190㎏)보다 6배 이상(520.5%) 급증했다.

마약류사범은 3년 연속 1만6000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마약류사범은 1만6153명으로 전년(1만8050명) 대비 10.5% 감소했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검찰의 직접 마약수사범위 축소(500만 원 이상 밀수출입만 수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유흥업소 영업시간·인원제한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실제로 마약류사범에 줄어든 것이라기보다는 검찰이 수사를 못 해 못 잡았고, 유흥업소가 영업을 안 해 마약을 못 팔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극 중 수리남처럼 외국인 마약사범이 판치는 일은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마약류사범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검찰에 적발된 외국인 마약류사범은 2339명으로 전년(1958명) 대비 19.5% 증가했고, 전체 마약류사범 중 점유율도 14.5%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적별로는 태국(888명), 중국(504명), 베트남(310명) 순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청소년 마약류사범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9세 이하 마약류사범은 450명으로 전년(313명) 대비 43.8% 증가했다. 이는 4년 전보다 278.2% 급증한 숫자다. 검찰은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청소년들이 SNS, 포털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에 쉽게 노출되고 호기심에 마약류를 구입하는 사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리남 정부가 국가 이미지 추락을 이유로 반발하고 나선 건 사실 여부를 떠나 이해할 만하다. 전 세계적으로 ‘마약 국가’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을 강 건너 불구경으로 보기엔 현재 한국의 마약 범죄 증가세가 심상찮다. 한국이 마약 오염국으로 전락한다면 수년 후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마약물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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