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의 세금과 사회] 오래 지속될 부동산 세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입력 2022-09-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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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포용재정포럼 회장,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세법개정안에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다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차별적 세율구조를 폐지하면서 모두에게 적용되는 세율 수준을 현재까지 1주택자(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포함)에게 적용되는 세율 0.6~3.0%보다 더 낮추어 0.5~2.7%로 제안했다. 세부담 증가의 상한율도 1주택자 200%와 다주택자 300%를 일률적인 150%로 하향조정한다. 기본공제금액은 차별을 유지하여 1주택자의 경우 기존의 11억 원을 12억 원으로, 그 외 다른 이들에게는 6억 원을 9억 원으로 상향조정했다. 2022년에 한하여는 1주택자에게 3억 원의 특별추가공제를 제공하여 15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조건을 충족하는 고령의 장기보유자에게는 종합부동산세의 납부유예제도도 도입한다. 7월 시행령 개정을 통하여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의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이미 100%에서 60%로 낮추어졌다. 종합부동산세의 기능을 해체하는 수준의 개편이다.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된다면 30억 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 부동산 소유자들의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부동산 불패의 공화국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를 고객정치라고 한다. 자신을 지지하는 계층의 사람들만 보고 그대로 올인하는 정치이다. 문제는 비생산적인 부동산투자로의 자원의 쏠림이다. 부동산가격의 비대칭적 상승과 주거비용 및 빈부격차의 문제를 야기하고 젊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영혼을 빼앗기는 사회를 막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종합부동산세의 기능은 무력화되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현재 가격의 하향조정 국면 초입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종합부동산세를 형해화한다고 해서 시장 분위기를 되바꾸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런 의도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하향국면을 거친 후 금리 기조에 따라서 부동산시장은 다시 타오르게 될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은 전체 경제의 향방을 따라야 하기에 부동산시장에 유효한 정책수단을 별도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출규제와 부동산세제가 그것이다. 대출규제는 부동산시장의 단기적인 규제수단으로 적절하다. 대출규제는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을 통제한다. 그러나 부동산을 투자수단으로 보유하는 이들의 장단기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부동산세제다.

조세적 정책수단은 이미 가열된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잘 정착되어서 납세자들의 머릿속에 상수로 자리 잡은 보유, 양도, 취득에 대한 적정한 수준의 부동산세제는 이자율 변화에 따라 안정된 시장이 불안정하게 변하는 길목에서 가격상승 압박을 약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투자자의 수익률 전망을 낮추어 후속 투자를 자제하게 한다. 취득세는 빈번한 거래에 부담을 주고, 보유세는 소득수준에 비교하여 과도한 부동산 보유에 비용을 부과한다. 세제가 사회와 납세자들의 의식 속에 잘 착근되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대출규제와 부동산세제는 그 특성에 맞게 활용하여야 한다. 부동산세제는 입법을 통하여 가동되는 정책으로 세율이나 공제금액 등을 단기적으로 시의적절하게 변화시키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경기에 상관없이 존재하는 규범으로서 항구화시켜야 한다. 부동산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기존에 존재하는 세제를 바꿀 필요가 없다. 가격이 하락하면 세부담도 가치에 연동하여 줄어든다. 없던 세제를 새로 도입하여 과열되는 부동산경기에 제대로 대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항구적인 보유세제를 가지고 있으면 가치 증가에 연동하여 세부담이 올라가면서 경기과열에 대한 제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진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키기보다는 꼭 필요한 부분은 수정 보완하고 전체적인 기능을 유지함으로써 수년 후 다시 도래할 수 있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압박에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적 효과를 차치하더라도 부동산자산은 그 자체로 경제적 능력의 대리지표이므로 이에 상응하는 과세가 공정과세를 실현하는 길이다.

부동산 보유에 대한 실효적 세율수준은 법정세율, 공제규모, 기준시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통하여 결정된다. 부동산으로의 자산 쏠림을 막기 위하여 적절한 실효세율을 유지하려면 현재의 법정세율 수준은 유지되어야 한다. 공제규모를 높이면 실효세율 수준은 낮아진다. 기본공제의 규모를 다주택자의 경우 6억 원, 1주택자의 경우 9억 원 수준보다 더 높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 2022년 세법개정안은 2022년에 한하여 1주택자에게 특별공제 3억 원을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종합부동산세 제도에서 세부담 증가에 대한 상한율을 규정하고 있는 이상 존재의 의미가 없으며 고려할 가치도 없다.

기준시가는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을 정할 뿐만 아니라 다른 세목과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과금 결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준시가는 시장가격을 따라가면서도 일시적인 가격의 변동보다는 중장기적인 가격의 변동을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가격의 80~110% 수준의 밴드 내에서 시장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시차를 두고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로서 2018년까지는 80%를 유지했지만 2019년부터 5%씩 조정하여 2022년에는 100%에 도달했다. 세부담의 급격한 상승을 통제하려던 목적으로 100%에 도달함으로써 그 시한부적인 기능을 마감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7월 시행령을 통하여 이를 다시 60%로 낮추었다. 도입 당시 공정시장가액비율 제도가 가지던 시한부적인 기능을 넘어서서 종부세의 세부담 수준을 현저하게 낮추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 세부담 수준을 결정하는 본질적인 행위는 시행령에 위임할 성격이 아니다. 국회 논의 없이 행정명령으로 비율을 조정하여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무력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행정권한의 남용에 해당한다. 국회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 제도를 폐지하여 행정권한의 남용이 발생할 소지를 없애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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