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는 전력비용, 불 꺼진 공장…유럽, 경기침체 우려 심화

입력 2022-09-20 16:33 수정 2022-09-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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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유로존 산업생산 2년 만에 최대폭 감소
전기·천연가스 의존도 높은 금속·제지 공장 가동 멈춰
유럽, 1년 안에 경기침체 확률 80%

▲프랑스 타라스콩 알루미늄사바르파운드리에서 직원이 9일(현지시간) 용광로에 불을 붙이고 있다. 타라스콩/AFP연합뉴스
▲프랑스 타라스콩 알루미늄사바르파운드리에서 직원이 9일(현지시간) 용광로에 불을 붙이고 있다. 타라스콩/AFP연합뉴스
유럽 전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산업 현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유럽 경제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7월 유로존의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2.3% 감소해 2년여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유럽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대폭 축소한 영향이다.

특히 전기와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금속, 제지, 비료 제조사들이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유럽 금속무역협회에 따르면 유럽의 알루미늄 및 아연 생산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유럽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은 독일 용광로를 놀리고 있다. 글로벌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는 노르웨이 제련소의 생산량을 3분의 1가량 줄였다. 네덜란드 최대 아연 생산업체 니르스타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생산을 아예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유럽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러시아가 수출을 대폭 줄였다. 유럽의 강력한 대러 제재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기업들을 위축시켰다. 에너지 비용이 이미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은 상황에서 추가 인상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가격이 다소 저렴할 때 체결한 선물 계약의 만료 시점인 10월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수배 이상 뛴 가격으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대상 기업만 수천 개에 달한다.

현재 독일과 프랑스에서 1년 선물 계약한 전기료는 메가와트시당 1000유로(약 140만 원)정도다. 그러나 전기요금 반영 비중이 큰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 메가와트시당 230유로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독일 동부 튀링겐주에 있는 식기류 제조 업체 에셴바흐포르셀라인의 롤프 프로바인 이사는 “올해 말 연간 에너지 계약이 만료되면 현재보다 6배 비싼 550만 유로의 청구서를 받아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려야 한다는 의미인데 누가 물건을 사려고 하겠는가”라고 우려했다.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을 축소하고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세계 최대 유리 식기 생산업체인 프랑스 아크인터내셔널은 최근 직원 4500명 중 3분의 1을 일시 해고하고 식기를 만드는 데 활용되는 공장 내 용광로 9개 중 4개는 유휴 상태로 두기로 했다. 니콜라스 호들러 아크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는 “용광로를 완전히 놀리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동을 할 수는 없었다”고 한탄했다. 프랑스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루미늄덩케르크도 직원 620명 중 일부를 일시 해고하고 생산량도 20% 이상 감축했다. 기욤 드 구스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문제를 처리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이 10배로 늘어났다”며 “위기가 오래 지속되면 유럽 제조업이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물가에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일자리마저 감소하면서 유럽 경기침체 경계감은 커져간다. 블룸버그가 지난 9~15일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유럽 경제가 1년 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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