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뒷말 무성한 대통령 해외 순방

입력 2022-09-22 07:00 수정 2022-09-2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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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취소, 외교 참사, 빈손 순방, 조급한 낙관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차 해외 순방길에 오른 전후로 나온 표현들이다. 얼핏 봐도 썩 좋은 내용은 아니다.

발단은 애초 예정됐던 여왕 참배와 조문록 작성 일정의 지연이었다.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 무섭게 '윤 대통령의 여왕 조문 취소 배경'이 SNS에 삽시간에 퍼졌다. 미국과 프랑스는 사전에 의전이 조율됐고, 한국은 영국 도착 후 무리하게 의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국은 G7 국가가 아니면 의전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논란은 대통령실의 '교통 문제로 취소됐다'는 설명에도 금세 정치권으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나라 정상은 가능한데 왜 대한민국 대통령만 불가능한 것인가. 창피하다"고 비꼬았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폄하와 거짓이다. 추모 위한 정상외교를 왜곡하지 말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급기야 윤 대통령 부부가 공항에서 영국 왕실로부터 최고위급 차량인 영국 재규어 브랜드 자동차를 제공받은 사실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단 이틀간의 영국 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잦은 환복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 출국 이전에도 유엔총회 일정 관련 잡음이 있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정상회담 개최를 두고 양국이 신경전을 이어간 것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15일 “한일 회담은 일찌감치 합의해 놓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거의 3년 만의 양자회담 성사를 알렸다. 반면 일본 언론은 "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보류 쪽에 힘이 실린다"는 뉘앙스로 보도했고 일본 정부는 “합의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버린 것이다. 한국의 조급한 낙관론이란 지적이 제기된 대목이다.

사실 윤 대통령 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의 해외순방엔 늘 뒷말이 무성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외유성 순방'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특히 2018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로 가는 도중 급유를 위해 통상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한 것과 달리 체코를 방문한 것을 두고 논란이 됐다. 당시 전례와 다른 동선은 물론 체코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 김정숙 여사의 프라하 비투스 성당 관람까지 더해져 '외유성 순방'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임기 말인 올 초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3개국 순방을 두오고 야권 등 일부에서는 "관광을 목적으로 순방을 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청와대는 "30개국 이상이 문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반박하며 국가의 요청에 따른 방문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014년 9월 미국·캐나다 순방 과정에서 너무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다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테면 간담회 직전 배포한 모두발언 전문 취소와 참모진의 늑장 대응 등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애초 3박이었던 뉴욕 일정도 2박으로 줄이며 현지 호텔에 엄청난 위약금을 지불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결국 빡빡하게 일정을 잡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욕심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는 비판만 가득한 순방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경제, 외교·안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애초 취지와는 별개로 온갖 구설수에 오르고 지적을 받기 일쑤다. 윤 대통령이 간간이 언급하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대응하라"는 지시를 순방에도 적용시켜야 하는 이유다. 다만, 과한 비판과 논란은 정작 순방의 목적과 성과를 퇴색시키기도 한다. 야당 역시 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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