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연속 자이언트스텝, 다시 역전된 한·미 금리에 외국인 ‘다 떠날라’

입력 2022-09-22 07:38 수정 2022-09-2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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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이와 달러 원 환율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이와 달러 원 환율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사활을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초유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외국계 자금의 국내 시장 탈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올 연말 1500원을 넘어설 거란 예측이 나오는 데다 한미간 금리차가 더 큰 폭으로 벌어질 경우 수익률을 쫓아 자금을 미국으로 유출하려는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과거 한미 금리 역전기에는 본격적인 외국계 자금 유출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기업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까지 제기되는 등 최근 놓인 상황이 과거와 다른 만큼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간 금리차가 원화 약세로…'팔자' 돌아선 외인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9월 들어 2조1644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인은 지난 6월(6조1721억 원 순매도) 이후 7월(1조8108억 원)과 8월(3조9836억 원) 두달 연속 순매수에 나섰으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감안, 국내 증시 투자 전략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강한 상승 압력이 외국계 자금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7원 오른 1394.2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6일 장초반 1399원에 도달하면서 연고점을 갈아치운 후 소폭 내린 상태다. 이는 금융위기 였던 2009년 3월 3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올해 6월 24일 1300원을 넘긴 지 세달여만에 1400원을 넘길 기세다. 연말에는 1500원이 뚫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제기된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한국과 미국간 금리차가 역전 후 크게 벌어질 거란 시장의 예측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빈센트 코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검토국 부국장 직무대행은 지난 19일 ‘2022 한국경제보고서’ 브리핑을 통해 “(원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굉장히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는데, 한국은행이 그 정도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미간 금리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거의 확정적이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3%로 시장 예상(8.0%)을 뛰어넘으면서 미 연준(Fed)은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한번에 1%포인트를 인상하는 ‘울트라스텝’ 까지 언급된 데다 1.5%포인트 인상론까지 나온 상태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0.75%포인트 격차가 나는 상황에서, 연준이 남은 11월 회의와 12월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인상을 이어갈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과거 금리 역전에도 외국인은 투자 확대, "최근 상황은 달라"

시장의 우려와 달리 과거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했을 당시 외국인 자본의 본격적인 유출이 일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2005년 6월부터 2007년 8월까지는 외국인 자금 유출이 있기는 했으나 이후 재차 유입됐다. 유출도 한미 기준금리 역전보다는 주가 급등에 따른 이익 실현,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외국인의 주식자금은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으로 외국인 비중이 38%에서 32%까지 내리기도 했지만, 채권자금은 2005년말 4조4000억 원에서 2007년말 37조 원으로 대폭 늘었다.

한미 금리 역전기인 2013년 6월부터 8월에도 외국인 자금은 일시적으로 유출됐다가 재유입됐다. 주식자금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에 6월 5조1000억 원 순매도가 이뤄졌으나 9월 들어 글로벌 경기 회복 전망 등에 힘입어 7조7000억 원 순매수로 전환됐다. 외국인의 채권잔고도 2012년말 91조 원에서 2013년 7월 당시 사상 최대인 103조 원으로 대폭 늘었다.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역전기에도 외국인의 주식 자금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따라 유출·유입이 반복됐다.

증권가에선 외국계 자금 유출이 한미 기준금리 역전 이외에 국가 펀더멘털, 글로벌 금융환경 불확실성 등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는 만큼 과도한 우려는 지양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미 연준의 긴축 행보가 빨라지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거란 전망도 탄력을 받고 있다.

아울러 과거 한미 금리 역전기과 최근 상황이 달라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말 금리 인상이 단행됐을 당시 2018년말 최종금리는 2.25~2.5%였으나 최근 초유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연준의 최종 금리는 최대 4.75~5%를 기록할 수 있어서다. 금리 차가 크게 벌어지면 수익률이 높아지는 만큼 외국인들이 해외에 투자했던 자금을 미국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으나 과거와는 상이한 대내외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통화 긴축 전환, 기업실적 악화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데다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의 동조화로 충격이 전이·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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