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이 지난 현재 LG는 매출 115조원(2008년)의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성장과정에서 급격한 판도의 변화 속에 사라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LG의 성장사는 한국 기업의 성장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64년 당시 상위 10개 대기업 집단 중 4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 위상을 유지하면서 살아남은 기업은 LG와 삼성뿐이다. 1930년대 경제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올해 LG는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마켓 리더로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준공식에는 강유식 LG 부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남용 LG전자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등 그룹 계열사의 주요 CEO들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연초 시무식에서도 연구개발을 통한 미래준비를 강조한 데 이어 3월초 임원세미나에서 “아무리 어려워도 R&D투자는 줄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올해 들어 CEO를 비롯한 경영진에게 R&D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구 회장의 R&D 강조에는 ‘일등 LG’에 대한 주문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LG안팎의 관측이다.
구 회장은 “불황극복과 시장리더의 해법은 미래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의 확보에 있다”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LG그룹을 상징해 온 ‘인화’는 구본무 회장 대에 이르러 사실상 ‘일등주의’로 바뀌었다. 구 회장은 경제위기인 올해를 ‘글로벌 리더 LG’를 위한 체질 개선의 적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구본무 회장이 구자경 명예회장을 이어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것이 1995년이다. 구 회장은 취임사에서 ‘초우량 LG’를 약속했다. 이어 인터넷, 홈쇼핑, 이동통신, 통신 등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종합그룹 LG를 키워냈다. 필립스와의 합작으로 LCD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린 것도 구 회장의 결단이 있어서 가능했다.
취임 10년 뒤인 2005년 3월 구 회장은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에 ‘일등LG’를 더한 ‘LG Way’를 새로운 기업 문화로 천명했다. 2005년은 GS그룹의 분리로 10여년에 걸친 계열사 분리를 마무리 된 해이다.
당시 구 회장은 고객이 신뢰하는 LG, 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LG, 인재들이 선망하는 LG, 경쟁사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배우고 싶어 하는 LG를 목표로 제시했다.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짙은 올해 LG가 미래 핵심기술과 성장사업의 조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투자에 사상 최대 규모인 3조 5000억원을 집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를 통해 LG는 각 사업부문별로 태양전지, 전기차용 전지, AM OLED 등 ‘미래성장사업’ 분야의 차세대 기술개발과 함께 기존 ‘주력 사업’의 기술혁신을 통한 제품 고효율화에 집중해 시장을 리드할 선행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전자부문에서는 지난해 LG전자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LTE (Long Term Evolution, 롱텀에볼루션) 단말 모델칩을 기반으로 한 4세대 단말기를 비롯해 스마트폰 및 모바일 TV, 네트워크 TV 등 차세대 기술개발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또 태양전지를 비롯해 시스템 에어컨, AM OLED, LED 등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 친환경기술 개발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화학부문에서는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 개발 등 미래 성장을 이끌 선행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향후 시장을 주도할 당뇨·비만·치매 등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해피드러그(Happu Drug)’ 신약 개발에도 R&D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통신·서비스 부문에서는 4세대 이동통신을 주도하기 위한 네트워크 고도화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또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방송이 결합된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사업을 선도하기 위한 안정적인 품질 확보와 신규 서비스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LG 고위관계자는 “‘민첩한 추격자’에서 ‘글로벌 마켓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불황기에 투자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구 회장의 집념은 재계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구 회장의 집념은 그가 하늘을 나는 모습만 보고도 150여종의 새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조류학’에 조예가 깊은 것에서 잘 나타난다. 구 회장은 2000년에 ‘조류도감’을 낼 정도로 새에 관해서 전문가이다.
‘글로벌 마켓 리더 LG’의 모습을 이미 머릿속에 담고 있을 구본무 회장의 집념과 승부사 기질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경기불황속에서도 LG전자가 웃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휴대전화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신상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벨트를 완성하는 등 초일류 기업으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회사 경영기조를 ‘Winning in Recession’(이하 WIR)으로 정한 가운데, 각 사업본부 및 사업부 단위에서도 WIR 태스크포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WIR 태스크포스는 각 사업부 단위의 고정비 절감, 생산비 절감 등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며, 물류흐름 개선, 수수료 절감, 서비스 개선 등도 다룬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여의도 트윈타워 서관 15층에 ‘Crisis War Room’(CWR)을 만들었다. CWR은 5개 사업본부, 8개 지역본부, C-Officers(본사 최고경영진)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맡으면서 세부실행과제와 비용절감 목표 등을 중점 관리하고 있다.
LG전자는 불확실한 미래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사(全社) 6대 변화관리과제'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6대변화관리과제는 ▲성과관리체계 재정비▲고객 중심 프로세스▲기술, 디자인 혁신▲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 글로벌을 위한 인재 확보 및 육성 ▲낭비제거와 인적부문 프로세스 혁신 등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 준비 과정은 눈길을 사고 있다. 7명의 본사 최고경영진(C-Officers) 가운데 5명을 외국인 부사장으로 재편하고, 구매, 공급망관리, 마케팅 분야에서 200여 명의 전문가를 영입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해법은 R&D에 있다.” 구본무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밝힌 LG전자의 비전이다.
구본무 회장의 비전은 최근 완성된 '서울 연구개발 벨트'을 통해 잘 나타난다. LG전자는 지난 2006년 3월부터 2600억원을 투자해 3년 만에 서초 R&D캠퍼스을 완공했다. 이번 연구시설은 지상 25층.지하 5층의 연면적 12만 5000여㎡(3만8000평) 규모이며 연구인력만 3000여명에 이른다.
이는 연면적과 수용인원 기준으로 LG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 시설이며, 서울 소재 제반 연구시설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이다.
서초 R&D캠퍼스는 휴대폰, 디지털TV, 멀티미디어, 광스토리지 등 첨단제품 분야에서 차세대 핵심기술을 선행 확보하고 디지털 컨버전스(융합) 관련 제품 연구를 통해 LG전자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발굴하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특히 LG전자는 이번 서초 R&D캠퍼스 완공으로 우면동 전자기술원 (전기전자 기초소재), 서울대 DTV연구소(디지털TV), 가산동 MC 연구소(휴대폰) 및 가산 R&D캠퍼스(가전), 서초 R&D캠퍼스(디지털 컨버전스 제품)를 연결하는 ‘서울 R&D벨트’를 구축하게 됐다.
수요위축으로 고전 중인 LCD업황에도 불구하고 LG디스플레이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경쟁사인 AUO 등 대만업체들이 1분기 50% 전후한 가동율에 머물고 있는 것에 비해 LG디스플레이는 90%를 넘는 가동율로 불황을 잊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앞선 기술과 양산능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시장점유율을 더 늘려 LCD패널 시장 넘버1으로 다시 올라설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지난 2월 시장점유율 25.3%로 업계 2위이다. 같은 시기 삼성이 31%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3위 AUO(13.3%)와는 2배 이상의 점유율 차이를 유지하면서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이 잘하고 있다”면서도 “시장은 항상 변한다”고 말해 1위 등극을 향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LCD패널 시장 1위를 향한 LG디스플레이의 행보를 가볍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 우선 소니에 LCD패널을 공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교보증권 구자우 연구원은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로 일본 소니가 TV세트 라인업 확대를 위해 생산에 소극적이었던 37인치와 42인치 TV세트 생산을 추진중”이라면서 “LG디스플레이가 소니에 LCD패널 공급을 진행할 경우 추가적으로 강력한 세트 업체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CD 전후방 연계산업과의 지분참여와 제휴 등을 통해 LCD판매-생산-부품조달의 공급체인을 완성하고 있다. 이는 LG디스플레이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 긍정적이다.
원가경쟁력 강화도 올해 기대되는 요소다. 지난 2006년 1월 양산에 들어간 파주 7세대 공장의 감가상각이 오는 12월에 종료된다.
신한증권 소현철 연구원은 “내년부터 LG디스플레이는 고정비 절감효과로 인해 42인치 LCD TV의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1일 필립스가 LG디스플레이의 잔여 보유 지분 13.2%를 전량 매각함으로써 14년간 이어온 두 회사의 동거가 공식적으로 끝났다. 이는 LG디스플레이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선언한 상징적인 사건이다.
지난 1995년 5월 LG-LCD의 지분 50%를 필립스에 매각할 당시 구본무 회장은 “외자유치를 통해 단순히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 유수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현재 업계 부동의 2위인 LG디스플레이가 이제 ‘홀로서기’를 통해 내딛은 넘버1 도약의 여정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LG화학은 창사이래 지난해 처음으로 순익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이러한 실적 배경에는 김반석 부회장이 취임한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끊임 없이 실천해온 LG화학만의 스피드(Speed) 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남보다' 먼저, '남보다' 빨리, '남보다' 자주라는 행동양식의 스피드 경영을 통해 LG화학은 수익성을 한층 강화하고,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는데 주력한 것이다.
그 결과 LG화학은 탁월한 경영성과와 더불어 핵심사업역량을 중심으로 사업영역 확장 및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석유화학부문에서는 코오롱의 SAP(고흡수성수지)사업을 인수해 프로필렌→아크릴산→SAP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을 완성하고,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LG화학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집중육성하고 있는 2차전지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최근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미국 GM사의 전기자동차용 리튬폴리머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 LG화학은 이번 공급업체 선정에 따라 충북 오창테크노파크에 2010년 상반기까지 GM용 양산 채비를 갖춘 후, 2010년 하반기부터2015년까지 6년간 GM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또한,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리튬폴리머 등 클린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도 최근 독일 쇼트사로부터 LCD 우리기판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그 동안 축적된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의 사업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영역을 더욱 확장해 나갈 기반을 마련했다.
LG화학은 올해도 전략의 실행속도와 조직문화 변화속도를 두 배로 올리기 위한 '스피드 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핵심사업 강화 ▲고객가치 혁신 ▲조직역량 강화라는 세 가지 스피드 경영 과제를 중심으로 지금의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핵심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코스트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확보함은 물론 차별화 된 제품 경쟁력 제고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한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리고, 고객들에게 적시에 공급함으로써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