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금리역전, 규제혁신·구조개혁으로 돌파를

입력 2022-09-23 05:00 수정 2022-09-2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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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했다. 6, 7월에 이어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이다. 연방금리는 3.00∼3.25%가 돼 한미 금리 차가 0.75%로 벌어졌다.

제롬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경기침체를 각오하고 물가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공격적인 긴축에 연말 기대금리는 4.4%다. 남은 2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1.25%p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뒤 빅 스텝(한번에 0.5%p 금리인상)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연말 금리는 4.25∼4.50%가 된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기조에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5원 오른 1409.7원에 마감했다. 1400원을 넘긴 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코스피도 2330선으로 밀렸다. 정부의 직간접 시장 개입 노력도 치솟는 환율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추세면 1450원도 위태롭다.

결국 한국은행은 다음 달 빅 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0.25%p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당초 점진적 금리 인상(0.25%p) 기조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당초 예고한 연말 금리는 3.00%로 한미 금리 차가 1.5%p로 벌어진다. 한은의 빅 스텝 예고는 이를 감안한 고육책이다. 금리 차가 더 커지면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이 높다. 환율 급등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둔화 압력을 키운다.

문제는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이다. 가계와 기업 부채는 이미 위험 수준이다. 가계부채는 2분기 기준 1870조 원이다. 금리를 0.25% 올리면 이자 부담만 3조4000억 원 증가한다. 빅 스텝이 자칫 가계부채 폭탄을 터뜨리는 뇌관으로 작용하면 불똥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진다. 최근 실적이 악화한 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과 자금조달 비용도 커져 실물경제 타격도 불가피하다. 이미 경기는 최악의 상황이다.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줄고 수출 성장세까지 둔화해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성장률도 추락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가 짙다.

비상 상황이다. 재정 금융 통화 당국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금융 및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등 시장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미 통화스와프도 서둘러야 한다. 과감한 규제 혁신과 노동 개혁, 기업 지원책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것도 시급하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을 퇴출시키는 구조개혁도 더는 늦출 수 없다. 하나같이 난제들이지만 위기 극복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들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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