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는 저작권 침해?…활짝 열린 가상세계, 법원서는 저작권 분쟁

입력 2022-09-25 09:00 수정 2022-09-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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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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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골프장을 가상의 세계로 옮겨놓은 스크린골프는 골프장 설계라는 저작권을 침해한 것일까?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이 저작권 침해로 잇따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면서 스크린골프의 저작권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가상세계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저작권 보호 대상을 폭넓게 인정하는 반면 학계는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재판장 이영광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골프플랜 인코퍼레이션이 골프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서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12월 9일로 선고기일을 잡았다. 골프플랜 인코퍼레이션은 2015년 9월 골프존이 실제 골프장 코스를 가상세계에 적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2억 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판례 살펴보니…법원 "저작권 인정"

스크린골프처럼 가상세계가 일상 깊숙이 자리잡으면서 저작권 분쟁도 불거지고 있다. 판례를 살펴보면 법원은 골프장 코스 등도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물로 인정하고 있다.

2020년 대법원은 골프장 코스를 저작물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D 골프코스 영상을 제작ㆍ사용한 행위는 원고들의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피고(스크린골프 업체)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도 같은 판단을 했다. 토목공사업체와 골프장 건설업체가 골프존을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판부는 골프존에게 두 회사에 각각 11억6586만 원과 16억732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골프장 코스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된 것으로 창작성도 갖추고 있으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며 "피고가 각 골프장 코스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영상으로 제작, 스크린골프 운영업체에 제공한 것은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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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존 측 "저작권 인정되지 않아"…학계 "제도 재정비 필요"

이처럼 최근 판례에 따르면 법원은 골프장 코스도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간주하고 있다. 클럽하우스나 진입도로, 연습장 등 시설물 위치는 물론 연못과 벙커 등에 대한 생각에 개성이 드러나 있어 저작권 보호대상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골프존 측은 저작권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이익 침해적 성격으로 손해배상이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골프존은 지식재산권 권위자인 정상조 서울대 교수 논문 일부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하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골프존 관계자는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라 답변할 내용이 없다"며 "논문 역시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지금까지는 (법원이) 저작권을 인정해줬다"며 "학계와 피고 측이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게 많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 시대에 발맞춰 저작권에 관한 법률을 제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개인이 다수에게 음악이나 영화, 게임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현실을 고려한 법안이지만 가상세계는 전통적인 창작자와 이용자 구도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을 가상세계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철남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메타버스의 저작권 쟁점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인간 감각을 전제로 한 시청각 중심 콘텐츠 환경에서 현실세계를 증강시키는 증강현실(AR)ㆍ가상현실(VR) 기술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다양한 기계를 전제로 한 빅데이터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저작권제도의 기본 전제를 다시 생각하고 제도 전체를 재구성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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