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은 을이 제공한 ‘확인매물 서비스’ 결과에 대해 왜곡하거나 을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결과 혹은 결과의 내용이 반영된 매물을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2015년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매물정보 제휴 계약서에 삽입한 조항이다. 이처럼 네이버는 부동산 매물정보 제휴 업체들이 카카오 등 경쟁사와 제휴를 맺지 못하게 적극적으로 저지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이투데이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년 2월 경쟁사업자 A 사가 네이버와 부동산 매물정보 제휴계약을 맺은 B사 등 부동산 정보업체를 상대로 부동산 매물정보를 제공받으려는 시도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금지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추가했다.
계약에 ‘3자 제공 금지’ 내용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매물정보를 A 사에 제공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총 9개의 부동산 정보업체들과 2회에 걸쳐 부동산 매물정보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네이버를 ‘시장지배적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비교서비스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00%인 사업자로서, 단독으로 용역의 가격, 수량, 품질, 그밖의 거래조건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시장지위를 가졌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시장지배적사업자는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거래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했다.
또한 네이버는 계약서에 ‘갑은 을이 일체의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매물확인시스템과 매물확인서비스를 통해 검증된 확인매물정보에 대해 왜곡하거나 을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확인매물정보 또는 확인매물정보의 결과값을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조항(제2조 3항)을 넣고, 이 조항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해지사유에 ‘제2조 3항을 위반한 경우’를 추가했다.
네이버는 이후에도 경쟁사업자인 A사가 네이버와 거래 관계에 있는 정보업체 B 사가 부동산 매물정보를 서로 제공해 주기로 하는 내용의 부동산 매물정보 제휴계약 체결이 진행 중인 사실을 알게 되자 계약서에 ‘제3자 제공금지’ 대상을 더욱 확대하는 조항을 신설키로 계획했다.
‘갑은 매물정보를 을 또는 을로부터 매물확인서비스를 위탁받은 C(‘확인매물’ 검증업무 담당) 기구에 제공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선 아니된다’는 조항이다. 검찰은 “매물정보의 진성 여부에 대한 결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의 매물정보까지 제3자 제공금지 대상범위로 확대하는 내용”이라고 적시했다.
이후 네이버는 2017년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논란을 예상해 ‘확인매물정보의 제3자 제공금지는 실제로 적용되지 않는 사문화된 규정’, ‘11월 1일자로 재계약 내용에서 삭제’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거래상대방에게 발송했다.
검찰은 “시장지배적사업자인 피고인은 2015년 5월부터 2017년 9월 29일까지 피고인의 사용인 등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해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했다”며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거래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8일 네이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