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후] 어디 장관 무서워서 車사겠습니까?

입력 2022-09-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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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부장대우

 커오던 시절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자동차 자체가 귀하던 1980년대. 지프(Jeep) 형태의 자동차를 우리는 ‘사륜구동’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시절 사륜구동차들은 자동차 세금이 정말 쌌습니다. 이른바 ‘전시동원차’였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신차 등록 때 앞뒤 범퍼에 노란색 바탕의 ‘동원 차량 번호’를 칠해야 했습니다.

주기적으로 민방위 훈련을 받듯 ‘전시동원차 소집’에도 참가해야 했습니다. 투박한 ‘등화관제등’까지 장착돼 있었지요. 그래도 불만은 없었습니다. 자동차 세금이 여느 중형세단의 10%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정부가 이를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들어 정부는 전시동원차 세제 혜택을 폐지했습니다. 투박했던 SUV들이 하나둘 승용 개념을 도입하면서 고급차의 대체수요가 됐기 때문이지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 SUV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됐습니다. 당시 대부분 디젤 SUV가 힘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대배기량을 고집했는데요. 배기량 1cc당 자동차 세금을 부과하는 탓에 디젤 SUV는 중형세단의 2배가 넘는 세금 폭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자동차 업계는 탈출구를 찾았습니다. 법전을 뒤져보니 7인승 차는 ‘승합차’로 분류됐더군요. 그러다 보니 세금이 ‘푼돈’ 수준이었습니다. 이들은 서둘러 7인승 SUV와 소형 미니밴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억지로 의자 2개를 구겨 넣었지만 값싼 세금은 큰 장점이었습니다. 시장 반응이 폭발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정부가 이를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승용’ 기준을 9인승으로 확대해 버렸습니다. 세제 혜택을 누리던 7인승 차는 다시 세금 폭탄을 맞게 됐습니다.

세금 폭탄이 7인승까지 이어지자 자동차 회사는 또다시 탈출구를 찾아 나섰습니다. SUV를 바탕으로 개방형 적재함을 덧댄, 이른바 픽업트럭을 내놓은 것이지요. 당연히 화물차로 등록돼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또 이를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화물차의 기준을 개정해 픽업트럭 오너들에게 세금 고지서를 날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차 회사는 어떻게 해서든 빈틈을 찾아가고,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뒤를 쫓아 세금을 부과합니다.

승용 디젤도 대표적입니다. 승용차의 디젤엔진을 허용하자 자연스레 디젤 승용차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때다” 싶었던 정부는 경유 단가를 휘발유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요즘은 아예 휘발유보다 비싼 경유가 일반적이지만요.

그뿐인가요. 10여 년 전에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앞세워 클린 디젤을 권고하더니, 이제는 이들에게 ‘노후 경유차’라는 딱지를 붙여가며 운행 제한까지 나섰습니다. 이러다가 전기차 보급이 폭증하면 “전기차 때문에 화력 발전소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으니 당신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라며 추가 세금을 부과할지 모를 일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수많은 기관이 대통령실의 눈에 들어보기 위해 갖가지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법과 행정기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행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금도 세금 고지서를 날릴 대상을 눈 씻고 찾는 중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 생각 없는 장관 하나가 “세금 좀 더 걷자”라며 엉뚱한 차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마냥 안심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 국정과제에도 없던 ‘만 5세 취학’을 내밀었던 교육부 장관을 보면, 또 그것을 “빨리 추진하라”던 대통령을 보면 마냥 마음 놓고 있을 일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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