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미국도 위기의식…“달러지수 1% 오를 때마다 S&P 0.5% 빠져”

입력 2022-09-2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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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강달러, 미국 인플레 억제에 도움” 지배적
최근 미국 경제·시장도 위협 지적 이어져
ICE달러지수, 20년 만에 최고…올해 상승폭 22% 이상
모건스탠리 “역사적으로 지나친 강달러, 경제위기 이어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6일(현지시간) 한 트레이더가 굳은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6일(현지시간) 한 트레이더가 굳은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달러 가치 급등세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그간 미국에서는 강달러가 전 세계 다른 국가에는 해롭지만, 자국에는 비교적 이롭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미국 경제와 시장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지수는 이날 장중 114.677까지 치솟으면서 2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소폭 반락해 114.27에 마감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22.4%라는 기록적인 상승 폭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달러 강세가 미국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다른 국가는 물가 상승과 부채 상환 부담 가중, 심각한 경기침체 위험 고조 등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정권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강달러는 미국이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해 자국의 인플레이션 일부를 해소하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고 회상했다.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 이외 세계에선 승산이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강달러에도 공격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엘 에리안 알리안츠 고문은 이달 초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강달러는 미국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개발도상국의 달러 표시 부채 비용이 치솟기 때문에 이들을 파산시킬 수 있다”며 현 상황을 ‘혼합된 축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투자전략가는 보고서에서 강달러가 미국에 미칠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달러 움직임은 역사적으로 보면 금융위기나 경제위기로 이어져 위험자산 추락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조성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사태가 또 일어날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이를 위한 조건들이 갖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그간 ICE달러지수가 1% 상승할 때마다 뉴욕증시 S&P500지수는 0.5%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윌슨 투자전략가는 “우린 연말 달러지수 전망치를 118로 상향했다. 이는 안도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연말이나 내년 초 S&P500지수는 3000~3400선에서 최저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강달러가 전 세계 나머지 국가를 황폐화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경쟁력과 일자리, 경제활동도 약화시킬 수 있다. 연준이 정책을 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UC버클리의 모리스 옵스펠드 경제학 교수는 “금융과 무역의 세계화로 인해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상호의존적인 상황이 됐으며 이에 각국의 더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연준이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을 신경 쓰지 않는 사치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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