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 지정제도, 기업에 과도한 의무·형벌 책임 부과”

입력 2022-09-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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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28일 제6회 대한상의 공정경쟁포럼 개최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제공=대한상공회의소)

“동일인 지정은 대기업집단 규제의 출발점이자 핵심에 해당하는데도 동일인 및 기업집단 지정이 불명확하게 이뤄지고 있다.”

박세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제6회 대한상의 공정경쟁포럼’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대기업집단 제도개선’에서 동일인 판단 기준 등의 불명확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포럼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했다. 포럼에는 박 교수를 비롯해 이선희 성균관대 교수, 신영수 경북대 교수 등이 전문가 패널로 참석했다. 경제계 패널로는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형희 SK수펙스 SV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를 대표해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이 참석해 전문가와 재계의 의견을 들었다.

현행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동일인에게 친족 등 동일인관련자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동일인 정의 규정 부재, 이의제기 절차 미비 등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많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 교수는 “최근 동일인, 동일인 관련자, 기업집단 지정과 이에 수반되는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요청에 있어서 내용상·절차상 불합리한 점들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동일인 판단 기준, 지정·이의제기·불복절차 불명확 △동일인이 법인인지 자연인인지에 따른 규제 차이(형평성)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에 관해서 일어나는 지나친 형벌주의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강지원 김·장 법률사무소 미국 변호사는 “최근 공정위의 동일인 변경 사례에서도 법령상 명시된 기준 외에 다양한 고려 요소들이 판단에 반영되는 등 동일인 지정의 예측 가능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외국인 지정, 세대 간 경영권 이전, 경영권 분쟁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 기준을 담은 고시나 심사지침의 제정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신 교수는 “최근 논의되는 대기업집단 규제 개편의 방향은 일률적인 완화보다 합리화에 맞춰져야 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없애되, 경제력의 집중이나 사익편취 가능성이 큰 부문에서 사각지대를 놓치지 않는 규제의 실효성 확보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기업에 부과되는 공시의무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기업집단 공시제도는 공시대상 정보가 방대해 업무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공시대상이 계속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며 “내년 시행될 예정인 하도급법 공시제도의 경우 대기업집단 소속 원사업자가 자신의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을 공시하는 것과 2차 이하 하도급 거래 단계에서 결제조건이 수급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설정되는 것이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 상근부회장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30~40년 전 일부 기업의 국내시장 독점이 우려되던 시기에 도입됐다”며 “국내외 기업 구분이 의미 없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우리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막고 있지 않은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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