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K-콘텐츠의 지속성장 조건

입력 2022-09-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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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교수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가 ‘오징어게임’으로 미국 중심이었던 에미상을 개척했다. 비영어권 최초라는 수식어가 연일 이어졌다. 때마침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6부작 ‘수리남’이 비영어TV 부문에서 주간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빌보드차트의 핵심인 ‘빌보드200’ 음반차트에서 국내 걸그룹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정확히 10년 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7주간 2위에 올랐을 때 대다수 전문가는 두 번 다시 발생하기 힘든 기적이라고 이를 평가했다. 영어권 문화에 익숙한 서구 팬들이 싸이의 음악에 열광하자 유례없는 아시아의 성과라고 평가한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K-콘텐츠는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BTS가 빌보드 싱글차트와 음반차트에서 동시 1위를 기록하는 것이 낯설지 않고 국내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K-콘텐츠의 위상은 세계시장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넷플릭스도 콘텐츠의 흥행 예측에서 국내 시장의 반응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

사실 K-콘텐츠가 세계에서 통할 것으로 예측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앞으로 중국 시장이 가장 크게 성장할 것이므로 미국보다 중국 시장 진출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다수의 콘텐츠 기업 CEO들 역시 한국어와 국내 문화의 한계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K-팝에선 외국인 뮤지션의 프로듀싱 아래 영어 노래를 부르는 아이돌이 넘쳐났고 외국인 멤버는 아이돌 그룹에서 필수조건이 되었다. 영화 및 드라마에서도 유명 외국인 배우를 조연으로라도 섭외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한중 또는 한미 합작을 토대로 미국 및 글로벌 시장에 맞춰가려는 노력을 병행했다.

그러나 미국 및 서구 시장의 스탠더드에 맞춰갔던 다양한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들에게는 모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문화와 유사하게 모양을 갖춰 도전한 아시아의 문화적 시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므로 지금의 K-콘텐츠가 왜 글로벌 시장에서 신드롬을 주도하는지 다시금 고찰해야 한다.

BTS는 한국인 멤버로 결성, 한국어 가사로 전 세계 팬들에게 BTS만의 세계관을 보여주었기에 성공했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은 한국 고유의 문화와 게임을 토대로 흥미롭게 서사를 풀어갔기에 서구인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봉준호 감독과 황동혁 감독은 우리만의 스토리로 더 많은 도전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BTS를 발굴한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을 따라 하는 모방과 시도는 더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다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이런 점에서 K-콘텐츠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한국 고유의 스토리를 발굴하여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야 한다. 모방을 넘어 창조하려면 우리만의 스토리가 여전히 해답이다.

또한, 영상 플랫폼 측면에선 K-콘텐츠의 신드롬을 위해 더 많은 투자와 과감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열풍은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가 유통을 맡았기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도 창의적인 국내 제작사와 기획자가 국내 방송사와 영화배급사를 외면하고 해외 OTT인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방송사와 영화배급사가 불리한 조건을 강조하거나 스토리와 불필요한 PPL 등을 지나치게 요구할 경우 국내 제작진은 해외 OTT로 방향을 돌리게 되고, 이는 결국 국내 제작진의 노하우와 전문성이 그대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K-콘텐츠의 지속 성장을 위해 국내 방송사 및 배급사의 일대 의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오징어게임’과 ‘수리남’도 처음에 국내 방송사 및 배급사와 논의가 오갔던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건 분명 의미 있지만, 그 성과는 넷플릭스가 여전히 가져가는 상황이다. 제작진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K-콘텐츠의 신드롬을 위해 국내 영상 플랫폼 역시 무엇을 개선, 보완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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