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파운드리 침체 ‘패키징 공정’으로 돌파

입력 2022-10-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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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징으로 반도체 효율 달라져 “경쟁력”
삼성ㆍTSMCㆍ인텔 등 ‘합종연횡’ 가속
반도체 생태계 구축해 비용ㆍ시간 절감

▲삼성 파운드리 기반시설 조감도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 파운드리 기반시설 조감도 (사진제공=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침체 극복 방안 중 하나로 반도체 패키징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확보를 위해 업계 1, 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인텔의 동맹도 관심을 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호황을 누린 파운드리 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IT(정보기술) 제품 수요 둔화, 빅테크 기업들의 서버 투자 속도 감소 등으로 내년에 혹한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1.8%로 고점을 찍은 뒤 △8.3%(2021년 4분기) △8.2%(2022년 1분기) △3.9%(2022년 2분기)로 점차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가전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의 지속적인 감소로 유통업체와 브랜드들 사이에서 재고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며 “브랜드들은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점차 입고를 중단하고 있고, 소비 시장 약화로 (파운드리의) 2분기 성장률이 3.9%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가전ㆍ스마트폰 등 완제품 수요가 줄면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의 주문이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파운드리 시장의 위축으로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패키지 공정으로 초미세공정 한계 극복

▲삼성전자 온양캠퍼스. 온양캠퍼스에서 삼성전자는 패키징 전용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온양캠퍼스. 온양캠퍼스에서 삼성전자는 패키징 전용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업계에선 TSMC와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확보해둔 주문 물량이 있어 당장 올해 실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향후 시장 위축에 대응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패키징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며 “후공정인 패키징 하나로 반도체 효율이 달라질 수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키징은 쉽게 말해 반도체를 여러 개 쌓거나 묶는 것이다. 과거 패키징은 외부 충격 및 온도ㆍ습도로부터 보호하는 수준의 단순히 포장하는 일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로 반도체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게 어렵다보니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함께 사용해 성능 및 전력효율을 극대화하는 패키징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패키징 시장은 2025년 649억 달러(약 93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2.5D 패키징 솔루션 H-Cube 이미지. H-Cube는 HPC,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등에 쓰이는 고사양 반도체에 사용된다. 반도체가 고성능화됨에 따라 패키징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삼성전자 2.5D 패키징 솔루션 H-Cube 이미지. H-Cube는 HPC,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등에 쓰이는 고사양 반도체에 사용된다. 반도체가 고성능화됨에 따라 패키징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글로벌 기업들은 패키징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며 패키징 기술 개발 및 캐파(생산능력)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칩 성능 고도화는 물론 ‘팹리스-파운드리-후공정’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 패키징 분야 투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파운드리 1위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패키징 기술력을 가진 TSMC는 대만 내 여섯 번째 패키지 공장 구축에 들어갔다. 또 패키징 분야의 높은 기술력을 가진 일본에 후공정 연구개발(R&D) 센터를 짓는 등 기술 접점도 늘려가는 중이다.

인텔도 패키징 공정에 주력한다. 올해 미국 뉴멕시코주에 35억 달러, 이탈리아에 45억 유로를 투자하며 첨단 반도체 패키징ㆍ조립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는 현재 충남 온양, 중국 쑤저우 등에 패키징 전용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DS(반도체) 부문 내 패키징 태스크포스를 조직하고 인력도 늘리고 있다. 기술개발도 지속하고 있으며 캐파 증설을 위한 후보지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CLe로 삼성ㆍTSMC 등 협력 강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2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이노베이션 2022'에서 UCLe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제공=인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2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이노베이션 2022'에서 UCLe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제공=인텔)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확보를 위해 경쟁사 간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인텔을 중심으로 TSMC와 삼성전자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 산업 표준을 논의하는 ‘UCLe(유니버설 칩렛 인터커넥트 익스프레스) 협력체’가 발족했다.

UCLe는 여러 반도체 공급업체가 서로 다른 공정에서 설계ㆍ제조한 칩을 첨단 패키징 기술로 서로 연결하는 개방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용과 개발시간은 줄이고 제품 수율은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체에서) 고유 기술은 공유 안 할 테지만, 단순히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이런 동맹과 연합을 통해 서로 상호보완하며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텔 이노베이션 기조연설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 실장. (제공=인텔)
▲인텔 이노베이션 기조연설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 실장. (제공=인텔)

인텔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발자 행사인 ‘이노베이션2022′을 열고 삼성전자와 TSMC를 비롯해 전 세계 반도체 대표 기업 80여 개가 참여하는 UCle 컨소시엄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 실장(부사장)은 이날 “삼성전자는 칩렛이 (반도체의) 미래라고 보고 있으며 칩렛 생태계를 통해 이종 컴퓨팅을 지원할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표했다. 이어 장샤오창 TSMC 사업개발부문 수석부사장도 “개방된 반도체 플랫폼을 전달하는 것이 TSMC의 목표이며 UCIe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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