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국제에너지가격 상승 말고 다른 이유

입력 2022-09-30 13:51 수정 2022-09-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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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 기조 수요 조절 중요성 인식…부채·미수금 역대 최대 전망

▲서울 용산구 하이마트 용산점 가전제품에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가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용산구 하이마트 용산점 가전제품에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가 붙어 있다. (뉴시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일제히 올랐다.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과 이로 인해 예상되는 역대 최대의 한국전력의 적자,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더 이상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을 잡아둘 수 없게 만들었다. 여기에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 내 수요 조절의 중요성도 인식돼 에너지요금을 붙잡아 놓기엔 명분이 약했다.

최근 몇 년 국제 에너지 가격은 크게 상승 중이다. 우선 2020년 LNG(JKM)는 MMbtu(열량단위) 당 4.4달러(이하 평균가)에서 지난해 18.5달러, 올해 1~9월 35.1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 최고가는 3월 7일 84.8달러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톤당 석탄가격(뉴캐슬탄)은 60.6달러에서 138.4달러, 353.5달러로 급증했다. 올해 최고가는 9월 6일 465.8달러를 찍었다.

이렇게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전력이 발전사들로부터 사들이는 전기도매가(SMP)도 함께 올랐다. ㎾h 당 SMP 가격은 2020년 68.9원에서 2021년 94.3원 2022년 9월까지 176.7원으로 크게 올랐다. 비싸게 전기를 사 와서 소비자에게 원가도 안 나오는 가격에 전기를 팔다 보니 한전의 적자가 크게 증가했다.

한전은 지난해 5조 8601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후 상황이 더 악화해 올해 1분기 7조7869억 원, 2분기 14조 3033억 원으로 적자가 눈덩이 처럼 불었다.

이렇다 보니 한전의 영속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달 26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의 적자가) 한계상황이라고 봐야 맞다”며 “올해 연말 (한전 적자가) 30조 원을 넘을 우려가 있는데 공기업(한전)이 30조 원 적자를 가지고 있으면 더 이상 전력구매대금 지불이 어려워진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그 말은 국민한테 전기를 공급할 가능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라며 “에너지 안정적 공급 기반이 훼손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스공사도 한전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수입단가 상승 추세에 비해 가스요금은 소폭만 인상됨에 따라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작년 하반기부터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미수금 누적치는 사상 최대 규모인 5조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수금이 지나치게 누적될 경우, 동절기 천연가스 도입대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단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 중 수요 조절의 중요성이 인식됐다. 30일 산업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선 ‘에너지 위기 대응과 저소비 구조로 전환을 위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대책’ 안건이 논의 됐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산업·경제구조로 대전환’을 추진 방향으로 정하고 △전 국민 에너지 절약문화 정착 △효율혁신 투자 강화 △요금의 가격기능 정상화 등을 추진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 전략의 핵심은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에너지를 사용량이 줄어들며 에너지를 적게 쓰면 요금 부담도 덜하다.

이날 회의에서 이창양 장관은 “우리는 여전히 에너지 위기감이 부족하고, 요금의 가격기능 마비로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구조가 고착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위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우려가 있는 만큼, 이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전 국민적 노력과 함께 경제·산업 전반을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에너지 절약, 에너지 효율 혁신, 에너지 가격 기능 회복과 수요 효율화 유도 등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 동원하여 위기 극복과 우리 경제·산업의 체질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급·수요 정책에선 공급량 즉 발전량을 늘리는 쪽에 무게 중심이 더 있었다면 이제는 수요 조절을 통한 에너지 정책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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