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후] 깊어지는 경제 위기…금감원, 서민들의 희망되길

입력 2022-10-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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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랑 금리는 계속해서 오르고, 월급만 제자리인데. 결국 고통받는 건 우리 같은 서민들뿐이니 정부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도록 언론에서 강력하게 요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최근 금융부로 부서를 옮긴 내게 지인이 보자마자 건넨 이야기는 그간의 안부가 아닌 정부의 역할에 대한 볼멘소리였다. 고금리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데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마치 손을 놓고 있는 정부를 향해 언론이 지속해서 쓴소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고 금리도 오르고 빚을 내서 생활하는 서민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는데, 정부가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언론이라도 전문가 목소리를 빌려 정부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서를 옮겨 업무를 파악하면서 출입처인 금융감독원과 은행의 역할에 대해 많이 살펴봤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수록 금감원과 은행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 보였다. 민생경제 최전선에서 가장 밀접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나 사기 수법을 찾아내고 국민에게 이를 알려 피해를 줄이는 역할 △은행·증권·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문제없이 운영을 잘하는지 살펴보고 문제점이 있으면 이를 바로잡도록 하는 역할 △금융회사들이 정해진 규정에 따라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감시하는 역할 △소비자가 금융 거래에서 불이익이나 불편한 상황에 부닥쳤을 경우 소비자의 편에서 돕는 역할 등을 한다.

하지만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 활동을 담당하는 금감원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금감원에 제기된 분쟁 민원은 2017년 2만5205건, 2018년 2만8118건, 2019년 2만9622건, 2020년 3만2130건, 2021년 3만495건에 달했다.

이렇게 갈수록 분쟁 민원이 급증하다 보니 처리 기간도 갈수록 늘고 있다. 민원 처리일수는 2017년 24.4일, 2018년 34.3일, 2019년 49.0일, 2020년 58.7일로 해마다 10일씩 증가하다가 지난해는 93.3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양 의원은 "이처럼 분쟁 민원 처리 기간이 늘어날수록 하루가 급한 민원인은 사실상 기약 없는 기다림에 고통받고 있다"며 "금융 분쟁의 경우 '개인 대 거대 기업' 간 싸움이 대부분이고 경제적인 사안인 만큼 이들의 금융소비자들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까지 일명 '3고(高) 시대'로 불리는 지금 금감원의 제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서민들은 경제적인 피해 상황을 하소연할 곳이 금감원뿐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후 넉 달간 젊은 조직으로 세대변화를 모색하고, 금융비리 척결 의지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경제 위기 속 서민들을 위해 금융권의 지원을 적극 요청하고 자율적인 상생 노력을 격려해 왔다. 이런 노력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출구에 여전히 서민들은 시름 겨워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금감원이 조금만 더 '금융 신문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작은 희망이 돼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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