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란봉투법, 소모적 논쟁 말고 제대로 논의해야

입력 2022-10-04 05:00 수정 2022-10-0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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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로부터 정리 해고를 당한 노동자 800여 명이 공장을 점거했다. 회사는 용역을 고용했고 노동자들은 새총을 들고 맞섰다. 이후부턴 경찰이 개입했다. 헬기를 이용해 최루탄과 물을 섞은 혼합액을 살포했다. 사건이 끝난 후 점거 노동자들은 '불법 파업'을 저질렀단 오명을 썼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경찰은 '국가 폭력'을 인정하고 경찰청장이 직접 사과했다.

2009년 발생한 쌍용자동차 사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최근 이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노란봉투법은 쌍용차 사태 후 법원이 파업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배춘환 주부가 시사IN에 4만 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내며 10만 명을 모아 돕자고 제안한 데에서 유래했다.

법의 핵심은 파업으로 인해 생긴 회사의 피해를 두고 막무가내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하는 행위를 막자는 것이다.

여당과 정부는 이 법을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 '뒤로 가는 법' 등으로 치부한다. 물론 해당 법이 그런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엔 동의한다. 그러면 국회에서 법을 보완하면 된다. 불법 파업 조장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법 자체를 악법으로 만드는 건 여당이 할 일은 아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뒤로 가는 법, 노사 관계의 균형을 깨는 법 등으로 노란봉투법의 기본 취지를 왜곡하는 건 불필요하다. 해당 법이 그렇게 위험하다면 국회를 설득하면 된다. 법의 취지 자체를 비트는 건 소모적 논쟁이다.

민주당과 정의당도 잘한 건 없다. 발의 취지와 달리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 조장으로 몰리기까지 충분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석수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시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 상태로 통과된다면 달라지는 건 없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복직 투쟁 후 다시 공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노란봉투법과 비슷한 법은 계속 발의됐다. 어쩌면 이번이야말로 제대로 논의해볼 기회다. 충분히 논의하고 보완해 노란봉투법을 더 나은 법으로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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