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부분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도, 유로존 주요 경제국인 프랑스도, 그리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저출산·보육 대책에는 왕도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가 롤 모델로 삼는 지역이 있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다. ‘노르딕 패런팅’, ‘스칸디나비안 패런팅’은 저출산과 보육 대책의 교본이 됐다.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프랑스조차 지난해 ‘라떼 파파(한 손으로 유모차를 끌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페라떼 잔을 들고 다니며 육아를 적극 분담하는 북유럽 아빠들을 비유한 표현)’를 늘리자며 아빠의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14일에서 28일로 늘리는 조치를 발표했다.
과연 ‘노르딕 웨이’는 어떻게 세계 저출산·보육 대책의 롤 모델이 됐을까.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약 2주간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4개국을 직접 취재했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돌봄, 교육까지 아이를 키우는 최고의 환경을 갖췄다는 북유럽 국가들. 이들 국가는 출산과 육아를 단순히 개인이나 가족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국가가 나서 자녀를 둔 가정의 양육 부담을 완화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가정 내 보육에서부터 공공 보육까지 모든 곳에 국가의 손길이 미친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단순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니클라스 야콥슨 스웨덴 사회보건부 국장은 “스웨덴에 출산율만을 높이는 정책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스웨덴 가족정책의 목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의 가족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실제 대부분 북유럽 국가의 인구문제 대응은 출산과 보육뿐 아니라 양성평등, 고용, 교육, 노후 등 종합적인 가족 정책이 바탕이 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이들의 가족 정책은 구조적인 측면뿐 아니라 철학적인 측면도 강조한다.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속 행복한 국민들이 많아져야 출산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국가의 인식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런 정책과 사회적 인식이 짧게는 70년, 길게는 100년 전부터 꾸준히 추진되고 구축돼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장의 이윤만을 중요시하던 기업의 인식도 점차 변화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1년 0.81명으로 다시 바닥을 쳤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적 재앙’ 수준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여년 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수백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그 이상’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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