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앙은행 총재 “금리 단기에 너무 올라”
호주증시 3.75% 급등
호주중앙은행(RBA)이 예상 밖의 ‘빅스텝’ 종결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RBA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한 2.6%로 결정했다. RBA는 6개월 연속 금리를 올리기는 했지만, 0.5%p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 시장 전망을 뒤집었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금리가 단기에 너무 많이 인상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를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균형을 맞추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RBA는 인플레이션 압박에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던 주요국 중 처음으로 인상 속도를 늦췄다. RBA의 속도 조절은 모든 중앙은행의 고민을 보여준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하면서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양극단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RBA도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4번 연속 빅스텝을 단행했다.
RBA가 이번에 예상을 깨고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것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호주는 올해 3월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24.4%에 이른다. 많은 사람이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를 택하고 있는 점도 금리 인상에 부담이 되는 요소다.
호주의 금리 인상폭 조절을 예상한 다이애나 무사나 AM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호주 주택담보대출의 60%가 변동금리”라며 “호주는 금리 인상에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금융정보회사 레이트시티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금리 인상 전 50만 호주달러(약 4억6614만 원)를 25년간 대출받은 사람의 월평균 이자 부담액은 대출 당시보다 687호주달러 늘어난다.
금리 인상폭이 시장 예상의 절반에 그치면서 호주 금융시장은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금리 인상 후 미국 달러당 호주달러 가치는 전장보다 약 1% 떨어졌다. 그러나 호주증시 벤치마크인 S&P/ASX200지수는 3.75% 급등한 6699.3으로 마감했다.
다만 로우 총재는 RBA의 최우선 목표는 인플레이션 완화임을 강조했다. 그는 “RBA는 인플레이션율을 2~3%로 되돌리는 일이 우선”이라며 “우리의 인플레이션 정상화 의지는 매우 강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무사나 이코노미스트는 RBA가 금리를 최대 2.8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결정 전까진 시장에선 RBA가 2023년 중반까지 금리를 4% 가까이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제는 금리 정점 전망이 3.35~3.6%로 내려왔다.
제임스 매킨타이어 이코노미스트는 “RBA가 인상폭을 예상보다 줄인 것은 고강도의 긴축 사이클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RBA는 앞으로 몇 달 동안 0.4%p를 더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호주 커먼웰스은행의 가레스 에어드도 “호주중앙은행이 다른 중앙은행들의 긴축 추세를 뒤집었다”며 “금리는 이제 제한된 영역에 들어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