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뚝뚝’ 떨어지는데…입주 폭탄 예고에 시장 ‘진퇴양난’

입력 2022-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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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내년 대규모 입주를 앞둔 건설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택 거래절벽 상황에 기준금리 마저 치솟으면서 당장 내년 입주 때 지연사태가 잇따라 터지면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는 ‘돈맥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건설 수익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미입주 물량이 많을수록 자금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아파트를 지을 때 초기 자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조달한다. 이후 아파트 완공 시점에 PF대출 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입주자 잔금 연체나 미분양 등이 발생해 자금 상환이 어려워지면 부실 우려가 커진다. 중소건설사들은 자사 신용을 담보로 채권발행 등이 어려운 만큼 최악의 경우 부도 위험도 발생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주택 매매가 이뤄져야 새 아파트 잔금을 치를 수 있는데, 지금처럼 거래절벽이 계속되면 잔금 미납 우려가 커진다”며 “또 기준금리 인상으로 고금리가 내년 이후까지 계속되면 중도금 대출과 달리 잔금대출은 개인대출이라 (중도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해 이 부분도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 역시 “내부적으로는 입주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입주를 포기하는 비율이 연말 이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시장 내 경고음이 커지자 건설사들은 원활한 자금회수를 위해 일찌감치 미분양 물량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주요 건설사들은 최근 외제차와 명품가방, 골드바 등을 앞다퉈 경품으로 내걸고 분양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고가 경품은 한동안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지만 최근 시장의 어려움이 커지자 다시 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경기 의왕시에 짓는 ‘인덕원 자이 SK뷰’는 독일 벤츠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SM동아건설산업은 경북 칠곡군에서 분양하는 ‘우방 아이유쉘 유라밸’ 청약자 중 추첨을 통해 골드바를 지급하겠다고 했고, 전남 여수시 ‘더로제 아델리움 해양공원’은 프랑스 샤넬 가방 추첨 행사를 진행했다. 이 밖에 중도금 이자 지원과 관리비 지원 혜택 지급 단지도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지난 2010년대 당시 등장했던 ‘애프터리빙제(분양조건부전세)’가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프터리빙제는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자 꺼내 든 고육지책으로, 일정 계약금만 내면 2년에서 3년가량 전셋집처럼 살고 이후 해당 주택 매매를 결정하는 제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양시장이 워낙 좋아 기억에서 잊힌 제도지만, 불과 2016년까지 경기 김포시 등 수도권에서 성행했던 건설사 미분양 해소 방법”이라며 “주택 경기 침체가 장기화 돼 준공 후 미분양이 계속 쌓인다면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설사 뿐만 아니라 수분양자들도 입주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무주택 수분양자는 고금리 잔금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말이나 내년 초 잔금대출을 받으면 금리 8% 이상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 시중은행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6.8% 수준인데 금융권에선 이달 내 최고 7%, 연말까지 최고 8%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만약 주택담보대출 3억 원을 받아 연 4%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경우 현재는 매달 100만 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금리가 8%까지 치솟으면 이자는 월 200만 원까지 치솟는다.

또한 1주택 처분 조건으로 청약에 당첨된 분양자는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는 입주 가능일부터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처분하지 않으면 계약이 취소되고, 주택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한 청약당첨자는 “내년 4월 입주 예정이라 지난 추석 연휴 직후 집을 내놨는데 보러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너무 당황스럽다”며 “급매 가격으로 내다 팔면 대출을 2~3억 원은 더 받아야 하는데 자금 여유가 없어서 생각지 않고 있고 급매도 쌓여있어 팔린다는 보장도 없는데 어찌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입주가 지연되거나 잔금을 구하지 못해 미입주하는 비율은 갈수록 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8월 아파트 입주율은 76.8%로 7월(79.6%)보다 2.8%p 하락했다. 지난 1월 입주율 85.1%와 비교하면 8.3%p 급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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