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유사암 납입면제를 축소하라고 권고했음에도 메리츠화재는 여전히 '납입면제 100%'를 고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보험사들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자, 금감원은 재차 시정 요구에 나섰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법령에 위배되는 사항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이날 생명 손해보험업계 장기상품 부서장을 소집해 회의를 개최했다. 유사암 가입 한도 축소와 납입면제 운영과 관련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유사암은 갑상선암·기타 피부암·제자리암·경계성종양 등이다. 보험금 지급을 위한 보험 약관상의 구분으로, 일반암과 달리 발병확률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치료가 쉽고 완치율도 높은 암이다.
납입면제란 보험가입자가 보험료 납입기간 중에 재해 또는 질병을 원인으로 보험료를 납입하기 어려운 장해상태가 됐을 경우(50% 이상 후유장해 발생) 보험사가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 주는 경우를 말한다.
앞서 금감원은 유사암보험 출혈경쟁이 보험사들의 실적 감소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해 지난 7월 유사암보험 보장 수준을 낮추라고 지시했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권고대로 이달 1일 자로 일반암 유사암 연계비율을 20%로 축소해 운영하기로 하고 납입면제의 경우 보험료의 50%만 면제되는 형태로 변경했다.
문제는 메리츠화재만 금감원의 권고 사항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달에도 납입면제 100%를 그대로 적용해 영업현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이날 회의에선 생명보험업계와 다른 손해보험사들은 유불리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여전히 납입면제 100%를 내세워 고객을 자극하고 있다"며 "또 다시 메리츠화재발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9년에도 장기인보험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진행해 시장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기존 권고 사항에서 입장 변화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메리츠화재에 납입면제 100%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청약 건에 대한 원상 회복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는 보험 관련 법령에 어긋나는 부분이 없다며 자율성 보장해달라고 반발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소비자보호에도 문제가 없고, 현재까지도 민원이 0건"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강요할 순 없는 문제지만, 업계와 조절하고 있다"며 "보험사별로 시차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