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외환시장의 혼란, 미국과의 금리차

입력 2022-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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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

연초부터 시작된 금융시장 혼란은 4분기 초입인 10월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하고 오랜 기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 연준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월가의 컨센서스는 올해 말까지 금리 상단 기준 4.5%, 내년까지 5% 가까운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이다.

미국 연준이 3월 0%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4.5%로 올릴 경우 9개월여 만에 4.5%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셈이 된다. 1994년 워낙 빠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의 대학살’이라는 얘기가 나왔을 당시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빠른 만큼 다른 국가들의 기준금리 인상도 그 속도를 맞춰가야 한다. 그렇지만 금리 인상을 단순히 미국 금리만 보면서 따라가서는 안 된다. 국내 경제 사정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여전히 반세기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모습을 이어가는 미국과 같은 속도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게 되면 물가 잡기에 실패할 뿐 아니라 국가경제 성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는데 한국의 금리 인상이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게 될 것이고, 달러 보유 시의 매력이 원화 보유 시의 매력보다 높아지게 될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달러의 매력은 높아지게 되는데, 이 경우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해외 자본들의 행보가 빨라지게 된다. 이를 자본 유출이라고 하는데,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려고 하지만 해외의 더 높은 금리 때문에 자본 유출이 가시화되면 그렇게 공급한 유동성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면서 유동성 부족 현상으로 인한 충격을 고스란히 겪게 된다.

자본 유출이 가시화되면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하면 원화 가치가 급락하며 환율이 급등하게 된다. 환율의 급등은 수입 물가의 상승으로 직결되고, 수입 물가의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며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종용하게 된다.

결국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이런 금리차의 확대를 허용한다면 환율 상승과 함께 인플레이션 심화로 인한 충격을 받게 된다. 이런 금리차를 좁히기 위해 국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게 되면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채 부담, 이로 인한 성장의 충격을 받게 된다. 결국 물가로 충격을 받을까, 부채로 충격을 받을까라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으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른 만큼 기존의 0.25%포인트(p) 인상을 의미하는 ‘베이비 스텝’보다는 지난 7월 사상 최초로 단행한 바 있는 0.5%p 인상의 ‘빅 스텝’ 가능성이 높음을 내비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성장 충격을 제어하기 위해 대규모 감세안과 같이 재정 부양책을 발표한 케이스가 있는데, 바로 지금 혼란을 겪고 있는 영국이 그 주인공이다. 파운드화 약세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감세를 통해 파운드화의 간접 공급을 늘리게 되는 것인데, 이 경우 파운드화 약세가 보다 심화되면서 영국 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게 된다.

수입 물가의 상승은 추가적인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는 영국 내 시중 금리 급등 원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영국은 감세안 발표 열흘 만에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을 철회하며 시장 후폭풍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금융 시장 전반에 걸친 혼란의 근원은 바로 미국과의 금리차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금리차를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다. 전 세계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그리고 미국의 통화 정책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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