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묻는데 시공 내역만 가득 ...애꿎은 ‘편의시설’ 주요 이슈로 보고
내년 예산안에 ‘0원’ 반영...“피한다고 될 일 아냐, 국회 논의해야”
○주차장 규모 및 면적 검토
○기계실 면적 조정
○부속시설(식당/이발소 등) 실소요 등 고려, 세부 산출 근거 마련
국방부는 6일 합동참모본부(합참) 등 국방시설 이전 예산을 판단하기 위한 연구 주요 이슈에 3가지를 꼽아 국회에 보고했다. 논란의 중심인 ‘총 사업비’ 규모는 없었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국방부는 용역 계약 초부터 ‘총사업비’를 우선 과제로 보고 올 8월까지 산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군 당국이 이전 사업 예산 산출을 대략적으로 끝내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3000억 원 내 이전 예산 소요를 예상했던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른다.
정작 ‘총사업비’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군 당국은 예산을 ‘연구 간 진행 사항 항목’으로 포함시켜 △건축공사비 기반시설 △철거비 △연병장 조성 △지휘통제 네트워크 구축 등 시공 내용만 보고했다. 사실상 국정감사에서 합참 이전 예산 이슈를 다루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총사업비를 보고하라는 국회 요청에도 군 당국은 “내년도 합참 이전 비용에 55억9000만 원 소요”라는 답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계약 당시 ‘공원 조성’ 사업비 산출을 직접 요구했던 것과 달리 국회 보고에는 ‘연병장 조성’이라는 문구도 등장했다.
문제는 합참 이전 예산은 국정감사 대상이라는 점이다. 국회의 국정감사는 국정운영 전반을 정확히 파악하고, 입법활동과 예산심사를 위한 자료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내년도 예산 편성을 논의하기 위한 기초단계인 것이다.
합참 이전 비용은 내년도 예산안에도 아무런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며 내년도 예산안에 210억 원이 편성된 방위사업청과는 대조적이다.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합참의 조속한 이전이 필수적인 상황인데도 국방부는 국회와의 논의를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본래 계약이 10월 7일부로 종료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면 이미 큰 틀에서 예산 소요 판단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당 용역 중간보고도 8월 11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이 합참은 계약 기간 5주 연장하는 수정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연구 종료 시점은 국정감사가 끝난 11월 중순으로 미뤄졌다. 합참 이전 예산은 ‘실체 없이’ 정치 공방전으로 흐를 수밖에 없게 됐다.
야당은 합참 이전 관련 비용에 50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본지에 “합참 본청만 짓는 예산 추계인 2980억 원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근무자 지원시설과 편의시설, 지원부대 등의 이전과 막사 신축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50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지난 5월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합참 이전 예산은)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 사이가 되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는데, 정확한 추산은 선행 연구를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야당 추산에 즉각 반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합참이) 수방사로 가는 문제 등은 확정되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며 “별도 연구용역 등 통해 판단 추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참 이전과 관련해서 아직 방침도 정해져 있지 않은데 어떻게 예산을 이야기하나”라며 “직접소요와 관련된 비용은 저희가 공개도 했고 일부는 밝혀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음날(5일) 민주당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은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신속한 용산공원 조성, 국방부의 합참 청사 이전으로 연합 합참의 남태령 이전도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화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 “출처 없이 떠도는 말을 전하지 말고 관련 회의나 오간 근거를 제시하면 될 일”이라고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