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윤석열 대통령의 ‘아나바다’ 발언 논란으로 파행했던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이틀째인 6일이 돼서야 제자리를 찾았다. 이날 국감에선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이해충돌 의혹과 복지부가 추진 중인 복지정책들이 도마에 올랐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현재 진행 중인 446억 원짜리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사업 참여업체 주식을 복지부나 질병청 고위관계자가 가지고 있다면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나”라고 질문했다. 신 의원이 말한 ‘질병청 고위관계자’는 백 청장이다. 전날 민주당은 백 청장에게 주식 매매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으나, 백 청장은 ‘질병청장 취임 전 자료’임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신 의원은 조 장관에게 화살을 돌렸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공개자 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백 청장은 신테카바이오 3332주, 바디텍메드 166주, 알테오젠 42주, SK바이오사이언스 30주 등을 신고했다. 이 중 신테카바이오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446억 원(국비 363억 원)이 투입된 AI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에 참여했다. 백 청장은 2016년부터 지난달 1일까지 이 주식을 보유했다.
신 의원은 “8월 30일 복지위에서 백 청장은 지난 5년간 매매내역을 제출하겠다고 명확히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백 청장은 “속기록에는 그렇게 돼 있는데 이런 의미로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의원들과 위원장을 찾아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신 의원은 “그렇게 공개 안 할수록 의혹이 더 불어난다”며 “떳떳하면 공개하라”고 질책했다.
장애인 복지를 두고도 비판이 쏟아졌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부 지원예산이 4년 사이 28배 늘어 내년에는 2500억 원 규모인데도 대상자들은 체감을 못하고 있다”며 “주간 활동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2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도 “우리나라 자폐성 장애인의 평균 수명은 23세”라며 “기대수명도 낮은데 자폐성 장애인의 암건진 수검률은 6.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발달장애인이 이동하는 것을 주간 활동 서비스에서 차감하는 문제가 있다”며 “장애인 복지 고도화를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또 “기대수명이 짧은 이유가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연말까지 다음 장애인 기본계획 수립해서 발표할 계획이다. 건강증진 관련 사항을 포함하겠다”고 답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복지정책들을 비판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한다고 나섰지만, 지난해 한국인 사망원인 7위가 치매로 기록됐다”며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많은 것들이 사탕발림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기존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보완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수급·관리 등 감염병 대응체계를 감사하겠다고 밝힌 점을 거론하며 “야당에선 이를 표적감사, 정치감사로 규정하는데 동의하냐”고 물었다. 조 장관은 “우리는 통상적인 정책 감사의 일환으로 생각한다”며 “감사를 통해 더 나은 정책 대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날 국감에선 ‘감기약 대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오면 또다시 해열제와 진통소염제는 가장마다 필수품이 된다”며 “코로나19 유행 이후 감기약 수급에는 문제가 생겼고, 올해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감기약과 해열제 성분의 처방 의약품 재고 부족과 품절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복지부가 뒷짐 지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재유행이 없을 것이라는 확인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조 장관은 “충분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일단 감기약 공급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생산을 독려하고 있고, 우리는 사후적으로 보험약가 등을 적용해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