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일손 부족한데…농촌 외국인 근로자 약 2만 명, 불법체류자 전락

입력 2022-10-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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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갑질 등 피해 사례도 잇따라…"관리 감독 시스템 필요"

▲충북 보은의 한 농가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모내기 작업을 돕고 있다. (뉴시스)
▲충북 보은의 한 농가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모내기 작업을 돕고 있다. (뉴시스)

농어촌 일손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 중 2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불법체류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이탈 이유로 열악한 노동 환경도 거론되면서 정부의 관리감독과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농어촌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근로자는 계절근로제와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다. 계절근로제는 농번기 농업 부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한시적(3~5개월)으로 고용해 운용하는 법무부 소관 제도로, 2015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7년부터 본격 시행했다. 고용허가제는 연중 고용 대상으로 농업 부문뿐만 아니라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어업 등을 포괄한 고용노동부 소관 제도로 2003년부터 시행했다.

농어촌의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규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반 외국인력(E-9)과 특례 외국인력(H-2) 등 고용허가제를 통한 농업부문의 외국인 근로자 체류·취업자 수는 3만1378명으로 2007년 6504명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었다. 계절근로자 역시 2016년 200명, 2017년 1086명, 2018년 2822명, 2019년 3612명으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탈도 만만치 않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와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계절근로제·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농어업 분야에 계절근로 또는 고용허가로 들어온 외국인근로자 중 이탈자는 417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자 누적은 계속되면서 올해 8월 기준 농어업 분야의 계절근로 또는 고용허가 자격을 가진 외국인근로자 중 불법체류자는 총 1만7772명으로, 계절근로 452명, 고용허가(비전문취업) 1만7320명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탈 원인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열악한 근로 환경도 문제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의 태도도 문제라는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이주노동 119는 지난 1년간 농업 이주노동자 300여 명을 상담하고 임금체납, 노동자 동의 없는 임금공제, 성폭력 등의 피해 사례를 발견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노동자 동의 없는 임금공제, 휴게시간 조작, 성폭력 등의 문제가 농촌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농촌소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개선된 이주노동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 농가도 무단이탈과 태업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이탈해도 신고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이들의 주거·근로 환경 개선에는 공감하지만 농지 바깥에 기숙사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 등을 지키는 것도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외국인 근로자 관리·감독이 좀 더 체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 의원은 "지자체에만 외국인근로자 관리·운영을 맡기지 않고, 법무부와 고용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원활한 관리·감독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시범사업 중인 공공형 계절근로제의 확대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은 지자체가 선정한 농협이 계절 근로자를 고용해 단기인력이 필요한 농가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는 전북 무주와 임실, 진안, 충남 아산과 부여 등 5개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다.

한 농업단체 관계자는 "신뢰할 만한 기관이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를 중개하는 공공형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계절근로자를 국내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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