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지배구조, 반드시 서구적 관점 따라야 하는 것 아냐...국내 특수성 고려해야”

입력 2022-10-0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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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KRX)와 한국ESG기준원(KCGS)은 5~6일 양일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2022 ICGN 서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6일 열린 '기업자본배분 효율성과 회복탄력성' 좌담회에는 (사진 왼쪽부터) 조지 댈러스 ICGN 의장, 마이클 헐스코비치 BNP파리바자산운용 스튜어드십코드 총괄, 나 팜 호주 모내시 경영대학 책임 연구원,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참석했다. (정회인 기자 hihello@)
▲한국거래소(KRX)와 한국ESG기준원(KCGS)은 5~6일 양일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2022 ICGN 서울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6일 열린 '기업자본배분 효율성과 회복탄력성' 좌담회에는 (사진 왼쪽부터) 조지 댈러스 ICGN 의장, 마이클 헐스코비치 BNP파리바자산운용 스튜어드십코드 총괄, 나 팜 호주 모내시 경영대학 책임 연구원,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참석했다. (정회인 기자 hihello@)

국내 기업들의 소극적 배당성향과 관련해 한국 기업 경영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거래소(KRX)와 한국ESG기준원(KCGS)이 공동 주최한 'ICGN(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 서울 콘퍼런스' 2일 차인 6일에는 '기업자본 배분 효율성과 회복탄력성'을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마이클 헐스코비치 BNP파리바자산운용 스튜어드십코드 총괄은 기업의 자본할당에 있어 '지속가능한 배당금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헐스코비치 총괄은 "기업과 투자자들 간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라며 "기업의 투자역량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 비율이 맞춰져야 한다. 이를 통해야지 자본할당의 지속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5%를 기준으로 보고 기업의 배당금이 25% 이하인 경우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조지 댈러스 ICGN 정책 의장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배당금이 충분한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으로 안다"라며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채권자와 주주들 간의 배당금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자본할당 이슈를 한국 경제, 자본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바라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상장기업의 주주 영향은 3.8% 정도, 대기업은 2% 미만"이라며 "상장기업의 경우 회사 창립자들이 주주들을 컨트롤(관리)하며 이끌어나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다.

류 대표는 국내 기업의 고용 제도 역시 자본 할당이 어려운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은 고용환경 자체가 정규직부터 해고까지 규제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고정비용)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악순환적인 이런 고리에 비춰볼 때 국내 기업들은 현금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이 배당금에 보수적인 점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류 대표는 "한국은 배당금 관련 조세 시스템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기준이 높다"라며 국내 기업들이 세금 부담으로 인해 배당금에 좀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배당금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소득세를 추가로 내야한다.

또한 "한국 지배주주는 상대적으로 주주 비중 자체가 낮다"라며 "상장기업이 주주 자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게 3% 미만, 일반 재벌은 지배주주의 비중이 2% 이하다. 자본할당, 배당금 증액을 한다고 해도 인센티브가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헐스코비치 총괄은 "물론 국가별로 상황은 다르다. 그렇지만 분명 주주들의 니즈(요구)가 있고, 채권자들이 유동성 측면에서 선호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이 접점이 연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기업이 자본활동의 장기적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배당금을 나눠줄 적절한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라며 "기업의 주주, 이해관계자들과 계속해서 대화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회사의 장기적 비전에 대해 대표(CEO)가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류 대표는 토론을 마치고 "한국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논의조차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며 "기업지배구조를 말하려면 기업의 목적과 소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라며 "이같은 논의를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SK는 최씨 집안', '삼성은 이씨 집안', '한화는 김씨 집안'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 과정에서 재벌 일가의 부를 증식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비판하지 않았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서구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피상적 논의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류 대표는 "서구적 관점의 기업지배구조가 '반드시 한국에서 통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라며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바뀌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나와서, 주주대표 소송 등을 통해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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