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 뜨자 대형 건설사도 기웃···공사비↑·밀려나는 중견사

입력 2022-10-06 16:15 수정 2022-10-0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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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주택 정비사업이 건설업계의 신흥 먹거리로 도약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상대적으로 다른 정비사업에 비해 규모가 작아 그간 중견 건설사들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규제를 완화해 활성화 의지를 밝히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가로주택 정비사업지는 전체 42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인 26곳보다 약 61% 증가한 수치다. 공급 가구 수를 기준으로 하면 같은 기간 3591가구에서 6694가구로, 85% 늘었다.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가로주택 정비사업지가 많이 늘어난 건 서울시가 올해 초 도입한 모아타운·주택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모아타운이란 다가구·다세대 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만든 모아주택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립한 관리계획 지역을 말한다. 서울시는 모아타운 내에서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가로구역 요건 완화, 사업면적 확대, 용도지역 상향, 기반·공동이용시설 조성 시 용적률 완화 등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여기에 정부도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민간자금 융자 시 주택도시기금과의 금리 차 일부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사업지가 늘어나고 사업성도 좋아지자 그간 가로주택 정비사업 수주에 미지근했던 대형 건설사들도 자사의 브랜드를 무기로 속속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대형사들이 뛰어들면서 공사비도 뛰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은 8월 서울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 12·13동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해당 단지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에 지하 4층~지상 35층, 1개 동, 12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가구 수는 적지만 현대건설은 입지를 고려해 이곳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3.3㎡당 공사비가 1153만 원으로, 정비사업 사상 최고 금액으로 책정됐다.

SK에코플랜트는 부산으로 저변을 넓혔다. SK에코플랜트는 8월 열린 부산 초량1구역 가로주택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중흥건설을 누르고 시공권을 얻었다. 해당 사업은 SK에코플랜트가 부산에서 진행하는 첫 정비사업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총 도급액은 1623억 원이다.

대우건설 역시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건설은 7월 551억 원 규모의 서울 도봉구 창동1구역 가로주택 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낸 데 이어 인근에 있는 창동2~10구역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추가로 수주해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부산 ‘초량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조감도 (자료제공=SK에코플랜트)
▲부산 ‘초량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조감도 (자료제공=SK에코플랜트)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가로주택 정비사업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그간 소규모 정비사업을 담당했던 중견 건설사들이 설 자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확실히 대형 건설사들이 이쪽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며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형 건설사와 맞붙었을 때는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지금은 과도기적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B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전 정부 시절에는 정비사업 자체를 막는 분위기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이 일감 확보를 위해 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내려왔다”며 “이번 정부는 다시 정비사업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 다시 그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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