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국, 폐업도 가속화…상반기 25만 개 이상 기업 문 닫아

입력 2022-10-0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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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도 심각
피치, 영국 국가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강등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5일(현지시간)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 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버밍엄/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5일(현지시간)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 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버밍엄/AP뉴시스
영국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부진이 심화하면 문을 닫은 기업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영국 기업 25만 개 이상이 올해 상반기 영업을 중단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영국 통계청(ONS)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6개월 기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는 40% 각각 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발 공급망 붕괴로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결과다. 공장은 물론 카페, 제과점, 양조장, 서점, 펍 등도 문을 닫고 있다. ONS는 7~9월 폐업도 가속화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을 닫는 사업장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영국 기업의 95%가 직원 수 9명 이하로 조사된 점을 감안하면 현재 문을 닫는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일 수밖에 없다고 WSJ는 분석했다.

영국의 폐업 상황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나마 비슷한 프랑스 폐업 현황도 올해 상반기 기준 18만3530곳으로 영국에는 못 미친다.

영국 기업들은 국내외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대외 위기로 물가가 치솟고, 중앙은행은 경기침체를 감수하며 긴축하는 상황에 최근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발표하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트러스 총리의 대규모 감세 패키지로 파운드화 가치는 급락했고 국채 금리는 치솟았다.

거센 반발에 영국 정부는 부자 감세안을 철회했지만 이미 사업주들의 시장 전망은 한층 더 악화했다고 WSJ는 진단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정치적 밑천이 약해진 정부가 추가로 재정전략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이날 영국의 재정 건전성을 우려해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다만 신용등급은 ‘AA-’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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