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기회, 하이에나마켓]①벼랑끝 경제, 굶주린 하이에나 사냥의 계절온다

입력 2022-10-10 12:00 수정 2022-10-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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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5곳 중 1곳 이자도 못내
알짜기업 M&A 매물 쌓이고 부실채권·PF 연체 잔액 급증
PEF 등 인수전 갈수록 치열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돈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이건, 기업이건 절호의 찬스라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예전보다 매물을 훨씬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올거라고 보는 거죠.”(금융권 관계자)

경기침체 그늘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위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투자연구기관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사 모델에 따르면 전세계적 불황이 닥칠 확률은 98.1%다. 위기를 피할 가능성은 단 2%라는 분석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위기에선 기회를 움켜쥐는 ‘손’이 등장한다. 다른 사모펀드(PEF)가 인수했던 기업을 사들이고, 부실채권(NPL),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며 돈을 풀고 있는 것이다.

PEF간 인수 기업을 넘기는 ‘세컨더리 딜’ 시장은 작년 말부터 두드러졌다.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 개인 모두 현금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시기다.

작년 11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에쿼티)는 칼라일그룹에 투썸플레이스 지분을 모두 넘겼다. 앵커에쿼티가 2018년 지분 투자에 참여한 이후 이듬해 경영권을 확보한 지 2년여만이다. 투썸플레이스는 2018년 당시 CJ푸드빌로부터 물적분할된 상태였다. 이번 투썸플레이스의 세컨더리 딜 규모는 8000억~900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투썸플레이스)
(사진=투썸플레이스)

비슷한 시기에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바디프랜드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을 선정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한앤브라더스와 함께 올해 7월 바디프랜드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경영지분 약 46%에 거래 규모는 약 42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주인을 찾는 인수ㆍ합병(M&A) 매물도 쌓여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올해 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메디트 인수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블랙스톤은 SKT와 GS-칼라일 컨소시엄, CVC캐피탈파트너스 등과 함께 메디트 인수를 위한 적격후보군(숏리스트)에 포함됐다. 앞서 투자설명서(IM)를 받고 참여를 검토했던 독일 스트라우만도 입찰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와 환율 상승 등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인을 찾이 못해 쌓인 매물이 늘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매각 협상이 중단됐으며 매각가 6조~7조 원대의 한온시스템 매각은 장기화 수순에 들어갔다. 맥도날드, 맘스터치, 버거킹, KFC 등이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선뜻 나서는 곳이 없다. 찬밥 신세였던 롯데카드는 하나금융그룹이 예비 입찰에 유일하게 참여하면서 매각의 불씨를 살렸지만, 최종 매각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서울 여의도 일대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 여의도 일대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이 잠재 매물로 거론 된다.

NPL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NPL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는 회사들도 사업 기반 확대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NPL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도 덩달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NPL투자시장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 하나F&I, 대신F&I 등의 전업사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암코가 40% 안팎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키움F&I와 우리F&I도 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키움F&I의 경우 작년 NPL 입찰매입액(OPB) 기준 시장점유율 13.1%로 연합자산관리, 하나F&I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대신F&I는 올해 3월 기준 NPL부문 시장점유율 19.0%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신F&I의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NPL부문 시장지위의 향후 점진적 제고’를 꼽았다. 당시 분석 리포트를 보면 “올해 이후 부실채권 매입규모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오랜 업력에 기반한 투자역량에 힘입어 NPL 부문 시장지위는 향후 점진적으로 제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NPL시장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부실채권이 매물로 상당수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수익이 안나더라도 자산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그 반대 상황이 돼 경영난을 버티기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부실채권 매물은 코로나19 타격, 전기차 전환 영향을 받은 업종이나 업권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PL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등 서비스업종들의 부실채권은 지금도 나오고 있다”며 “지방에 있는 아파트가 아닌 다가구, 다세대 주택 소유자들의 부실채권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전기차로 대체되는 과정이 가속화하면서 내연기관차 관련 부품 업종에서도 부실채권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여의도 IFC 전경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IFC 전경 (연합뉴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 잔액은 급증하고 있다. 1분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는 28조8436억 원 규모다. 2020년 말(24조5897억원) 대비 17.3% 증가했다.

기업들은 부동산을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서울 여의도 랜드마크 국제금융센터(IFC), 광화문 콘코디언빌딩(옛 금호아시아나 사옥), 서소문 동화빌딩, 명동 화이자타워 등이 주인을 찾고 있다. 기업들의 부동산 매각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 빌딩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금 회수, 유휴 부지 매각 등 자산 재분배, 유동성 부족이나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현금 확보 목적 등이다.

영업권이나 유형자산 처분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상장사(코스피·코스닥·코넥스)가 유형자산, 타법인 주식, 영업권 등을 처분한 규모는 총 6조638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8785억원보다 7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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