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직장인 4명 중 3명은 여전히 신고하지 않고 참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29.1%를 차지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직후인 2019년 9월 44.5%에서 15.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이들 가운데 38.2%는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대처는 오히려 법 시행 이전보다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의 73.5%는 '참거나 모른 척한다'고 답했다. 이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9월 조사(59.7%)보다 13.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아예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은 15.8%, 개인 차원에서 또는 동료들과 항의한 경우는 23.4%였다. 회사나 관계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7.6%에 그쳤다.
신고하고 참은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자 74.5%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고,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답한 비율도 12.8%에 달했다.
실제로 신고자 66.7%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응답도 23.3%에 달했다.
현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응답은 68.7%였다. 이 법을 알고 있는 직장인 비율은 비정규직(40.0%)과 5인 미만 사업장(43.6%)이 정규직(79.8%)과 300인 이상 사업장(82.1%)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법 시행 이후 직장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7.8%으로 나타났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직장 갑질이 줄어들었지만 괴롭힘을 당했을 때 신고 절차는 피해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래서 이들이 참거나 퇴사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 대표는 "신고에 따르는 피해자 불이익이 없도록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조직문화와 인식개선 실태조사, 예방교육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