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 보기] 한국경제, 큰 위기의 시작인가?

입력 2022-10-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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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불안하고 궁금하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에는 한국이 이미 선진국이 다 됐고 일본은 발밑에 있다는, 소위 ‘국뽕류’의 영상이 넘쳐났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는 부동산이나 주식의 거품을 걱정하는 영상들이 조금씩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엄청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곧 닥칠 것이라는 영상이 흔하다.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유튜버들이 잠깐 사이에 그렇게 급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위기가 온다니 우선 한국이 겪은 1997년과 2008년, 두 번의 위기를 짚어보자.

첫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는 외환위기와 은행위기가 복합된 금융위기이다. 1997년 위기도 다른 위기나 인체의 큰 병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이 오래 축적되었다가 일시에 분출된 것이다. 기업은 장기간 무리한 차입에 의한 과다 투자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하였다. 은행은 대출기준으로 사업성보다는 기업의 크기와 권력과의 관계 등을 중시했다. 그리고 은행이 부실화해도 ‘정부가 구제해 주겠지’ 하는 생각이 국민은 물론 은행 경영층까지 일반화되어 있어 위험관리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다. 여기에다 물가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의 불균형도 심각했다. 1990년대 중반 경상수지는 적자 폭이 계속 확대되어 1996년에는 230억 달러 적자로 국내총생산(GDP)의 4.1%에 달하였다. 소비자물가도 연 5% 내외의 상승세를 지속하여 경제기초 여건상 원화 절하가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나 환율은 비정상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였다.

1997년 들어 한보, 해태, 기아자동차 등의 대기업이 연쇄 도산하였다. 또한 동남아 국가의 금융위기,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이 이어졌다. 금융기관은 해외로부터 신규차입은 물론 만기연장까지 불가능해진 데다 가용 외환보유액은 1997년 10월 말 223억 달러에서 11월 말 73억 달러로 감소하여 대외결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환율은 급등하고,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금융의 자금중개 기능도 마비되었다. 결국 우리 정부는 1997년 11월 21일 IMF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하였고 12월 14일 IMF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기구 및 미국, 일본 등과 함께 570억 달러의 자금지원을 결정하였다. 이것이 우리가 통상 말하는 IMF 사태의 시작이었다.

둘째,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2007년 초부터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모기지의 채무불이행이 급증하면서 중소형 금융기관, 관련 헤지펀드 등으로 부실이 확산되었다. 2008년에는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리먼브라더스 등이 도산하고, 시티은행과 초대형 보험사인 AIG 등도 부실화되었다. 영국의 노던록과 RBS, 독일의 코메르츠방크 등 선진국 은행들이 도산하거나 부실화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확산되어 시장금리는 급등하고 자금조달이 곤란해졌다. 실물경기도 각국의 소비위축, 투자 부진과 함께 세계 교역이 급감하여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실업률이 급증하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금융기관 부실화에 따른 은행 위기였고, 한국을 포함 주변국은 국제적인 신용경색에 영향을 받은 외화유동성 부족 즉 외환위기에 가까웠다.

당시 한국은 금융과 기업 부문이 건전했고, 외환보유액이 2007년 말 2600억 달러를 상회했으며 거시경제도 성장 물가 경상수지 등이 양호했다. 그럼에도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환율이 급등하였다. 더욱이 2008년 초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환율주권론을 주장하면서 수출증대를 위해 환율상승을 유도하였다. 한 치 앞을 못 내다보고,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정책이었다. 원화 환율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충격은 더 커졌다. 결국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과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함으로써 외환시장을 겨우 안정시킬 수 있었다.

현재의 세계 경제 상황은 1997년보다는 2008년에 가까우면서, 2008년보다는 조금 양호하다. 2022년 들어 미국 연준이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비슷한 실책을 범하던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 억지로 뒤를 따르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미국의 급격한 통화 환수와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국제 유동성이 수축되고 있다. 다행히 금융기관들은 부실화되지 않아 광범위한 신용경색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의 여건은 2008년보다 조금 나쁘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고 집값 거품이 심하고, 물가가 많이 오르고 수출 여건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래 예측은 신의 영역이다. 그래도 해보면 현재로선 큰 위기보다는 장기침체의 길로 갈 가능성이 조금 더 큰 듯하다. 중요한 것은 미래는 결정된 것이 아니고 우리의 선택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치인을 잘 뽑고, 그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친다면 위기나 장기침체도 없거나, 와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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